미 식품의약국(FDA)이 혈장치료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법으로 긴급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을 자처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대단한 날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혈장치료의 효능을 증명하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FDA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입원 후 사흘 안에 처방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FDA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7만명이 혈장치료법을 받았으며 이 중 2만명을 분석한 결과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FDA의 긴급승인 소식을 전하며 “사망률 35% 감소를 볼 수 있었다”며 “FDA가 이 치료법이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이라는 독립적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모든 미국인이 혈장을 기부해주기를 촉구한다”며 기부할 수 있는 정부 사이트를 안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치료법의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전 세계 연구진이 혈장치료의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내용을 지난 19일 보도했다. 전 FDA 국장인 로버트 칼리프 구글 헬스 임상정책 및 전략 수석은 “혈장치료법은 통계적 검증 없이 소규모 시험에서만 테스트됐다”며 “ “혈장치료가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잠재적 치료법은 맞으나 환자가 무작위 임상에 참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혈장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을 때 치료제로서 허가와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GC녹십자가 공동으로 약물 개념의 혈장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효성·안전성 입증 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헌혈을 독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 속 혈장에 들어 있는 항체 등 면역 단백질을 추출·분획해 농축시킨 ‘고면역글로불린’ 제제로 만든 의약품이다. FDA가 승인한 완치자의 혈장을 중증 환자에게 직접 수혈하듯 투여하는 의료행위인 ‘혈장치료’와는 다르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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