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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하나 없이 휑…상인들 한숨만 거리를 메웠다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첫날

주점 문닫자 편의점에서 술판

배달 폭증에 '코로나 할증'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하루 유동인구 30만명의 대표 상권인 서울 마포구 홍대앞은 30일 오후 규제 대상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조차 한산했다. 24시간 카페에는 방역강화 조치에 임시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은 명절을 앞두고 오히려 명절 당일처럼 적막감이 흘렀다. 몇몇 사람들이 생선가게 앞에서 햇꽃게를 살펴봤지만 이내 주인이 흥정 한번 해볼 새 없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30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불리는 강화된 방역조치로 수도권 상권의 시계가 멈췄다. 이에 더해 서울시는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오는 9월6일까지 ‘1,000만 시민 멈춤 주간’을 선포한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시는 또 밤9시 이후 서울 시내버스 운행도 감축해 20개 혼잡노선과 심야버스·마을버스를 제외한 325개 노선의 야간운행 횟수가 현재 4,554회에서 3,664회로 줄어들게 된다.

수도권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고 음식점과 제과점은 밤9시 이후 영업이 제한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내 식음료시설 영업도 오후9시까지로 제한되며 이후에는 포장판매만 허용된다.

한 프랜차이즈식당 주인은 “나라에서 하라니 하지만 임대료·전기료 등 고정비에 막막하다”며 “오후9시 이후에는 테이크아웃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저녁장사를 접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한 해장국집 주인은 “코로나19로 근근이 지탱하다 이제는 단골마저 끊겼다”며 “어떤 마케팅도 메뉴도 의미가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고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급전환했다.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같은 대형전문점은 아예 매장 내 의자를 없애고 신분증 제시와 QR코드로 출입을 통제했다.

규제 대상은 프랜차이즈카페·음식점이지만 규제에서 벗어난 동네 상권, 골목식당도 초토화됐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규제영역은 무의미해졌다. 이번 조치로 제한을 받는 수도권 시설은 47만곳으로 국한했지만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셧다운’ 규모는 더욱 크다. 제한 대상이 아닌 동네 카페나 골목상권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2.5단계는 수도권 자영업 전체에 ‘도미노’ 효과로 내 식당·프랜차이즈카페뿐 아니라 자영업 전체의 ‘보릿고개’도 불가피해졌다. 전통시장은 명절연휴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백화점 푸드코트에는 적막이 흐르고 동네 카페는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다 아예 문을 닫게 생겼다. 동네 골목상권에서는 이 기간 아르바이트생도 줄이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한시적 조치지만 커진 불안감으로 2.5단계가 종료되는 다음달 6일 이후를 걱정하는 자영업자도 많다. 서울 서대문구 홍대역 인근의 한 카페 주인은 “다음달 6일까지라고 하지만 날짜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단골의 발길마저 멀어지면서 고정비를 까먹기보다는 폐업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30일 낮12시 반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타워 6층 푸드코트.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 단위 손님으로 꽉 차 구석구석 빈자리를 찾아야 하는 곳이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첫날 이곳을 찾은 고객은 어림잡아 20명도 채 안 됐다. 미처 취소하지 못한 이 건물 7층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 김모(46)씨는 “지난주 말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며 “미처 취소하지 못해 찾은 공연장에서는 2,000명 좌석에 100여명만이 띄엄띄엄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 같은 시각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 평소 주말이면 상인들과 고객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지만 이날은 명절 연휴처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생선 가게 주인은 “오전에 반 이상 팔고 오후에는 정리해야 하는데 오늘은 사람 자체가 없으니 물건이 남아돈다”며 생선에 물을 끼얹었다. 긴 줄이 늘어섰던 시장통 맛집 앞에도 사람이 없었고 꽈배기집의 경우 내부 매장은 문을 닫고 밖에서 주문만 받았다. 입구에 ‘매일 오전 모든 기계를 소독합니다’라는 안내문만 내걸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 방역 2.5단계 시행에 수도권의 시간이 멈췄다. 규제 대상인 식당과 프랜차이즈 카페뿐 아니라 전통시장, 대형 쇼핑몰, 동네 카페, 골목 식당 등도 도미노 적막이 흘렀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다음달 6일까지만 견디면 될까 하는 회의론도 나왔다.



거리두기 전 상권 덮쳤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대상 업소들은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에 따라 방문고객이 크게 줄어 한산함을 넘어 적막함이 흘렀다. 수도권의 모든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매대를 제외한 매장 통로의 통행을 제한하고 테이블을 모두 정리한 후 곧바로 QR코드 등록 절차를 통해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거리두기 대상에서 제외된 수도권의 개인 카페들도 덩달아 냉기가 돌았다. 주말이면 차 댈 곳이 없는 분당의 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은 “이번 조치가 프랜차이즈형 카페뿐 아니라 개인 카페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아시는 분이 많다”면서 “이곳은 테이크아웃 손님 대신 카페에 머무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홍대·경리단길·이태원·청담동 등에 형성돼 있는 개인 카페 골목은 문을 열었지만 테이크아웃하는 손님의 발길도 종일 뚝 끊긴 상태였다.

대형 커피전문점의 포장·내점 매출 비율은 4대6 혹은 5대5다. 수도권 매장에서는 이번 조치에 따라 매출의 절반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테이크아웃 고객이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많게는 매출 절반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5가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매장 출입구에는 ‘테이크 아웃(포장판매)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테이블 이용이 제한된다’는 안내를 받은 한 손님이 “잠깐 화장실만 이용해도 되느냐”고 점원에게 물었지만 “화장실 이용도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해장국집 주인은 “밤 장사로 버는 돈이 매출의 30%가 넘는다”며 “이마저도 못 하게 되면 폐업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20년 전통 중식당은 주말 점심에도 찾는 이가 없었다. 주인은 “코로나에도 간간이 찾던 단골마저 끊겼다”며 “고정비도 못 내는 터라 조금만 이어져도 식당을 닫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볼링장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따라 임시 중단되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헬스장·골프연습장·당구장·배드민턴장·볼링장·수영장·무도장·스쿼시장·에어로빅장·탁구장·필라테스 등 실내체육시설은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헬스장 앞에는 문이 닫힌 채 ‘최저가’를 내세운 홍보물만 내뒹굴었다.

강남의 한 주상복합에서 필라테스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이후 예약제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겨우 월세를 감당했지만 이렇게 되면 단골들이 끊기면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생긴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큰일”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주점 대신 편의점 술집
주점이 30일 자정 문을 닫자 편의점 술집이라는 또 다른 풍속도가 등장했고 ‘랜드마크’ 격인 아주 일부의 식당들은 여전히 북적였다.

간밤에는 주점 대신 편의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진이 쏟아졌다. 홍대역에서 10분을 걸어 도착한 합정동 골목. 30일 0시를 넘긴 시각임에도 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마포구 합정동의 한 편의점 앞은 삼삼오오 모인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편의점에서 설치한 야외테이블 4곳은 명당이 됐고, 자리에 앉지 못하더라도 선 채로 맥주 캔을 따며 마스크를 없이 얘기하는 20·30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 거리에는 2.5단계 시행 전 ‘마지막 파티’를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민속주점에서 30일 술을 마시던 한 손님은 “이제 일주일 동안 야간 모임이 불가능하니 이날 마지막으로 친구들끼리 모였다”고 말했다.

평소 30분 안에 도착하던 배달주문의 경우 이날은 1시간40분 이후에나 도착한다는 답변이 왔다. 손님들로 가득 찼던 매장은 단 한 명의 손님 없이 비었지만 테이블에는 비닐에 쌓인 배달음식 10여개가 배달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 배달대행 업체 ‘생각대로’는 2.5단계 거리두기 시행을 앞둔 지난 29일 ‘코로나 할증’이라는 명목으로 한시적으로 배달거리 500m당 기본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렸다. /김보리·이지성·박민주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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