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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금융]삼성생명법을 둘러싼 4가지 착각

①보험업법 개정, 회계처리 투명성 위한 것

②타 금융업권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③법 통과 시 삼성물산이 생명 보유 전자 지분 떠안을 것

④삼성전자 매각대금 대부분 주주·유배당 계약자에 배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용진의원과 이용우의원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보험사가 보유한 대주주(특수관계인) 발행 주식의 가치 산정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가 보유한 삼성전자(005930) 지분 대부분을 매각해야 할 위기에 놓이면서다.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대주주 발행주식을 보유할 경우 총자산의 3% 이내(혹은 자기자본의 60%)로만 보유할 수 있게 하는데 시가 기준으로 주식 가치를 계산해 ‘3%룰’을 적용할 경우 삼성생명이 법에서 정한 매각기한인 7년 안에 처분해야 할 전자 주식이 현재 가치 기준으로 약 27조원어치에 이른다. 이 개정안을 ‘삼성생명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20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던 박 의원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한때 삼성생명을 비롯한 관련주 주가가 요동쳤다. 지난 24일 예결위에서도 박 의원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향해 “정무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며 당국에 대한 거센 압박을 예고했다.

문제는 삼성생명법이 쟁점으로 부각될 때마다 관련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법 개정의 당위성부터 시행에 따른 영향까지 오해도 논란도 많은 상황이지만 이미 시장은 거대 여당이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데 베팅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데다 개정될 경우 보험업계에도 후폭풍이 큰 만큼 업계는 물론 당국에서도 해당 법안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해① 보험업법 개정, 회계처리 투명성 위한 것

‘삼성생명법’을 발의한 박 의원과 이 의원은 개정의 목적으로 자산운용의 공정성과 회계투명성을 들고 있다.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취득원가를 평가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유가증권의 현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고 외환위기 당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했다가 유가증권의 현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투자신탁회사들이 파산에 이른 점을 들며 가치 산정의 기준을 시가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보험업계는 회계 처리 투명성을 위해 오는 2023년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하기로 했다.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을 포함한 자산은 물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보험사의 재무상태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한 취지다. 또 보험업계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과 같은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제도를 운영, 고객의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히 있는지 매 분기 평가하고 이를 공개한다. 특히 RBC비율을 산정할 때 대주주 등의 발행주식 가치는 시가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은 물론 위험을 가중해 평가하고 있다. 두 의원이 주장한 법 개정의 취지는 IFRS17 도입과 RBC 개선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자산 건전성을 위해서라면 RBC 산출 요건을 조정하는 것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해② 타 금융업권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개정 찬성 측의 주장 중 하나는 은행, 상호저축은행, 금융투자업자 등 다른 금융업권과 달리 보험회사만 다른 회사의 채권·주식의 소유금액을 취득원가로 계산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의 경우 대주주 발행주식 취득 및 소유시 자기자본의 1% 이내로 보유할 수 있는데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기준은 취득가액이다. 또 저축은행과 금융투자사는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한다. 타 업권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보험업법을 개정한다면 타 금융업권의 자산운용규제 기준을 변경하는 법 개정이 또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금융사 관계자는 “대주주 발행주식 취득 규제는 말 그대로 특정 투자대상에 고객 자산이 편중돼 투자대상의 위험이 보험사로 전이되거나 이해관계에 보험사가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득규제”라며 “법 개정으로 시가평가 방식이 도입될 경우 이는 취득규제가 아닌 투자운용에 대한 규제로 오히려 수익률이 높은 투자자산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꼬집었다.

오해③ 법 통과 시 삼성물산(028260)이 생명 보유 전자 지분 떠안을 것

법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생명 보유 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다. 2018년 금융위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당시에도 이 같은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계열사 지분을 대거 넘겨받을 경우 일반 지주회사로 강제 지정될 수 있다. 현행법상 한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의 50%를 넘어서면 지주사로 전환되는데 지주사는 또 자회사 주식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지주사가 되면 생명 보유 지분을 매입하고도 추가로 6~7% 가량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재 가치 기준으로도 약 15% 수준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50조원 가까운 매입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지분을 전자 등의 계열사로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에도 필요자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반 지주사로 지정되면 생명, 화재 등 금융계열사 주식도 2년(최대 4년) 내에 팔아야 한다. 이 경우 금융 부문의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산분리를 위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고차방정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해④ 삼성전자 매각대금 대부분 주주·유배당 계약자 몫

지난 24일 예결위에서 박 의원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시 매각차익 배분’이라는 제목의 도표를 공개했다. 20대 국회에서 삼성생명법 관련 논의가 이뤄졌던 2017년 7월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한 시뮬레이션으로 당시 박 의원은 생명이 ‘3%룰’을 초과한 전자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주주 몫으로 약 21조1,000억원 유배당계약자 몫으로 4조8,000억원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법이 부각되면서 관련주 변동성이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생명이 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배당매력이 커지고 단기적으로도 보유 주식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증권사 리포트도 쏟아졌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3.6% 수준의 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했던 2018년 사례를 보면 급격한 배당매력 상승이나 주식 가치 재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삼성생명은 7,500억원 수준의 매각차익을 얻었지만 유배당 계약자에게 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매년 8,000억원 수준으로 발생하는 이차 손실과 결손에 따른 손실보전분을 반영하면 배당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주주에게는 2019년 3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특별배당분을 포함한 연말배당을 실시했는데 당시 특별배당분은 각각 660원에 불과했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최대 7년에 걸쳐 매각이 이뤄지는데다 조 단위 법인세도 발생한다. 또 저금리·고령화로 갈수록 악화하는 생보업황을 감안하면 주주 배당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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