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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나눔엔 위계가 없다

양준호 문화레저부 차장

스포츠계에서도 기부는 이른바 스타들의 고유 영역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금전적인 보상을 받은 선수가 그에 걸맞은 나눔으로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부는 성공의 척도나 마찬가지였다.

최근 골프계에서 들려온 소식은 그래서 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한 이유호라는 신인 선수가 자살예방기관에 후원금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는 버디 하나에 1만원, 이글 하나에 2만원씩 모아 대회가 끝날 때마다 협약 기관에 전달하고 있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이 공동 14위이고 상금랭킹 63위에 머물고 있어 다음 시즌 1부 투어에 살아남을지 불확실한 상황인데도 주변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이유호는 “뉴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면서 “무명의 신인 신분이기는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을 다시 삶으로 이끄는 데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예선 통과에 실패해 한 푼도 못 번 주에도 그는 계좌이체로 꼬박꼬박 적립금을 전달한다.

위계가 분명한 체육계에서 신인이 이렇게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굳이 뭐하러’ ‘네가 뭔데’ 등의 반응이 걱정되게 마련이다. 이유호는 “실제로 왜 하는 거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나도 기부라는 걸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 ‘작은 금액도 정말 괜찮으냐’고 묻는 동료들이 많다”며 “저도 기부라고 하면 연말에 큰돈을 내는 것으로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금액보다는 마음을 나누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스무 살 신인 구래현이 “첫 우승 상금은 무조건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프로골프 선수 출신인 부모의 교육 덕분에 나눔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앞선 대회에서 거푸 예선 탈락하면서도 구래현은 기부의 꿈을 접지 않았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최종 3라운드에 주춤해 3위로 마감하기는 했지만 그는 많은 응원군을 얻었다. ‘어린 선수의 예쁜 마음에 감동 받았다’ ‘오늘부터 팬 하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코로나가 드리운 짙은 그림자에 주변 돌보기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요즘, 새내기 선수들의 작지만 큰마음은 더 특별하게 빛난다. 마침 100원씩 모은 용돈으로 취약층에 마스크를 기탁한 한 초등학교 1학년생의 사연이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나눔에는 위계도, 나이도, 따로 정해놓은 적당한 때도 없는 법이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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