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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체크]영원히 존경받을 줄 알았는데…태국서 군주제 개혁 요구 분출

“나라는 국왕 아닌 국민 것” “국왕 권한 통제 가능하게 헌법 개정해야”

반정부 집회, 2014년 쿠데타 후 최대…국민 강조 기념판 왕궁 옆 설치

태국 방콕 왕궁 인근 싸남루앙 광장에 19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가 운집해 있다. /AP연합뉴스




입헌군주제 국가인 태국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태국은 군부 쿠데타 등 정정 불안이 반복된 역사 속에서도 국왕만은 절대적인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군주제 개혁 요구가 나오자 국제 사회의 관심이 태국에 집중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태국 언론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과 20일 이틀간 방콕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집회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가 나왔다.

특히 19일 집회에는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그동안 일부 반정부 집회에서 간헐적으로 나온 군주제 개혁 요구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방콕 시내의 왕궁 바로 옆 사남 루엉 광장에서 반정부 집회를 개최한 주최 측은 이날 오전 광장 바닥에 기념 동판을 심었다. 이 동판에는 ‘이 나라는 국왕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내는 글귀가 적혀 있다. 기념판 설치 행사에서 반정부 활동가인 빠릿 치와락은 “봉건제 타도, 국민 만세”라는 구호도 외쳤다.

기념 동판은 현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즉위한 이후인 2017년 4월 갑자기 사라진 ‘민주화 혁명 기념판’을 닮은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민주화 혁명 기념판은 1932년 태국이 절대왕정을 종식하고 입헌군주제를 도입한 계기가 된 무혈 혁명을 기념해 1936년 왕궁 인근 광장 바닥에 설치된 역사적 기념물. 그러나 어떠한 설명도 없이 어느 날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국왕에 대한 충성 메시지를 담은 금속판이 대신 자리잡고 있다.

집회 주최측은 이후 광장 및 탐마삿 대학 캠퍼스에서 밤을 새운 참석자들과 함께 군주제 개혁 요구를 전달하겠다며 왕실 자문기관인 추밀원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비무장이었지만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들의 행진을 막으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요구안을 전달하겠다는 경찰측 입장을 집회 지도부가 수용하면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날 집회에서도 군주제 개혁 요구가 터져 나왔다. 인권 변호사이자 반정부 활동가인 아논 남빠는 “군주제가 헌법 아래에 있지 않다면, 우리는 결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논이 왕실 예산을 삭감하고, 국왕 권한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외치자, 집회 참석자들은 “더, 더”라고 외치며 호응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지난달 10일 반정부 집회에서 왕실 개혁 10개항을 공론화해 파문을 일으켰던 ‘탐마삿과 시위 연합전선’ 대표 빠누사야 시니찌라와타나꾼은 “국민은 인간이지, 왕의 발 아래 먼지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반정부 집회 주최 측은 오는 24일에는 의회 해산 및 헌법 개정 요구 관철을 위해 의회 주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은 또 내달 14일 태국 전역의 파업을 촉구했다. 1973년 10월4일 민중봉기를 기념하는 차원에서다.

다만 반정부 세력의 군주제 개혁 요구 및 기념판 설치에 대해 왕당파를 비롯한 기득권층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기류도 감지돼 집회 이후로 양측간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전날 사남 루엉 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주최측은 10만명가량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2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경찰 측 추산을 고려하더라도 반정부 집회는 2014년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주도한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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