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2일 국회를 찾아 정치권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해 “기업들은 생사가 갈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지금 경제 3법과 관련해 진행되는 절차와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상법·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박 회장은 “정치권은 경제 3법을 개정하겠다는 말만 하고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나 대안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하면 일사천리로 가는 것 아닌가 걱정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점들과 보완할 점들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면 거기서부터 얘기가 진전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박 회장은 특히 기업규제 3법 개정에 대해 “그러한 논의가 나오게 된 동기를 그냥 놔두고 결과에 대해 규제와 제한을 높이게 되면 과도한 입법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지적했다. 또 “방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헤아려 한 템포 늦춰서 문제점들을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회장은 “그간 기업 지배구조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법은 지켜져야 하는 최소한의 바운더리여야 한다”며 “법보다 규범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규범으로 해결하고 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굉장히 신중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경제 3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의견을 듣고 당연히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도 거치겠다”고 약속하며 “야당과도 충분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러나 경제계도 이해해줘야 할 것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는 데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 방향으로 성공적으로 갈 방법을 만드는 데 경제계의 지혜가 필요하고 경제계를 비롯한 관련 분야의 의견을 골고루 듣겠다”고 덧붙였다. 재계와 소통할 여지는 열어두면서도 법안 처리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경제 3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박 회장과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가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올 수 있는 법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적절히 심의하는 과정에서 (재계의 우려를) 잘 반영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전날 주요 입법 현안에 대한 리포트를 통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한 대안을 제시했다. 대한상의는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할 때 투기펀드가 이사회 진출을 시도할 경우 대주주 의결권 3%룰을 풀어주고 내부거래 규제 확대에서 지주회사 소속 기업 간 거래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yle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