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90년대로 데려가는 타임머신과 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1995년,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말단 사원들의 통쾌한 한 방은 요즘 세대들에게도 적잖은 공감을 살 것으로 보인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다.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종필 감독과 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로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인,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말단 사원들이자 회사와 맞짱뜨는 세 친구로 분해 우정과 연대, 포기를 모르는 용기로 함께 성장한다.
이종필 감독은 90년대, 고졸 말단사원들의 토익반, 페놀 사건을 그리는 이번 작품의 소재에 대해서 “홍수영 작가님이 초고를 썼다. 실제로 90년대 모 기업에서 토익반을 개설했었고, 그때 고졸 사원을 상대로 하는 토익 강사를 잠깐 했었다고 하더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서 토익과 고졸 사원들의 이야기가 나왔다”며 “뭔가 한 번이라도 승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묘미는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연기 앙상블이다. 이 감독은 세 배우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고아성을 3~4년 전 부터 우연히 알게 됐다. 드문드문 보는 모습이 그냥 자영 캐릭터 같았다. 참 좋은 사람인데 재는 체 하지 않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나 역의 이솜은 겉으로는 세 보이지만 속이 깊다. 제가 예전에 ‘푸른 소금’이라는 영화의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매니저도 차도 없던 시절이다. 그때 이솜 배우가 차를 태워줬다. 그 당시의 모먼트가 참 좋았다”며 “보람 역의 박혜수는 무엇보다 애정이 많이 갔다. 90년대 배경이지만 요즘 사람은 어떨까, 나라면 어떨까를 반영한 캐릭터이다. 누구를 캐스팅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박혜수를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아성은 삼진전자 생산관리3부의 없어서는 안 될 업무 베테랑 이자영으로 분했다. 그는 영화에서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아성은 캐릭터에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에 대해 ”셋이 함께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그래서 그 장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영화를 보고니까 자영이 사과를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자영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직장 안에서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점, 그 우정을 실제 연기하면서 느꼈던 것.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도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는 생각으로 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솜은 삼진전자 마케팅부의 숨은 아이디어 뱅크 유나(영어 이름 미쉘)를 연기한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유나는 겉으로는 강한 척, 아는 척도 많이 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친구가 왜 이렇게 척을 잘 할까 고민하다가 인정욕을 받고 싶은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유나 캐릭터에 고민하면서 그런 인정욕에 대해 많이 고민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모델 출신인 만큼 영화의 전체적인 스타일링에도 앞장섰다. 이솜은 “유나 캐릭터는 스타일적으로 90년대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의상팀과 함께 동묘시장에 가서 의상을 찾아보고 스타일링을 했다. 정말 멋있었다. 지금 90년대 레트로가 유행이라 ‘유행이 돌고 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0년대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래서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흐릿했던 기억 때문에 90년대를 그리워하면서 준비했다. 젊은 시절 엄마 사진을 보면서 그때 입었던 옷들도 많이 봤다. 흐릿한 그리움으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박혜수는 삼진전자 회계부 사원, 알고 보면 수학 천재인 심보람 역을 맡았다.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의 수학 천재지만 현실은 가짜 영수증을 처리해 회계 장부 숫자를 맞춘다.
박혜수는 보람 캐릭터를 연기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에 대해 ”셋이 같이하는 장면을 좀 셋이 나올 때 진짜 친구같이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보람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르는, 고민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뭘 하고 싶은지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 배우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만큼, 고아성과 이솜, 박혜수의 연기 호흡은 더욱 중요했다. 실제 배우들은 촬영 전부터 만났고, ‘합숙’을 자처해 다음날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고아성은 ”함께 합숙을 하면서 내일 어떤 장면을 찍을지 함께 상의해보고 이야기도 정말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박혜수는 ”영화 안에서 세 사람의 케미는 자영이 주축으로 사건을 가져와서 시작하면 유나가 아닌 척 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그리고 보람은 지켜보다가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수학적으로 풀어나간다”며 “우리끼리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촬영 전부터도 자주 만나 다보니까 실제로도 그런 비슷한 관계가 형성되더라. 그런 실제 모습이 잘 녹아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연대 영화라는 점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고아성은 “‘항거’에서도 많은 여배우들과 호흡했다. 그런 현장이 굉장히 드문데 이번 작품에서도 여배우들과 만났다. 이 현장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에너제틱하고 든든했다. 같이 있으면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태도가 생겼다. 그런 기운이 영화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솜은 “여성 배우들과 작업하고픈 마음이 컸지만 그런 날이 올까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고아성과 박혜수가 한다고 했을 때 신나고 즐겁게 준비를 했다. 어느 날 촬영장을 둘러보는데 다 같은 얼굴이더라. 다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에 신났다”고 회상했다.
박혜수는 “저희가 또 같은 성별에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서 특히 이번 영화에서 정말 끈끈함을 제대로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4명이서 있으면 4총사처럼 한마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게 의미가 있었다. 그 힘이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은 11월 개봉 예정이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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