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애야, 예쁜 우리 딸. 빨리 만나자. 나는 이제 소원 다 풀었다. 아이러브유.”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44년 전 잃어버린 딸 윤상애(47)씨를 화상으로 만난 이응순(78)씨는 스크린을 보며 감격에 겨워했다. 친오빠 윤상명씨, 쌍둥이 언니 윤상희씨도 화면으로 동생을 보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 동안 쓰고 있었던 마스크도 이날만큼은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어 벗었다.
이씨는 “1976년 당시 세 살이었던 상애가 외할머니와 함께 남대문 시장으로 외출했다가 실종됐다”며 “실종 신고를 한 후 서울에 있는 보육원은 다 찾아다녔다. 20년 전 KBS ‘아침마당’에도 출연했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상애씨는 통역을 통해 “경기도 수원의 한 병원에 버려졌다고 전해 들었다”며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쌍둥이 언니와 오빠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답했다. 가족들은 “수원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널 찾으려고 모든 걸 다했고 우리는 절대 널 버린 게 아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 가족이 극적 상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올해부터 경찰청·외교부·보건복지부가 합동으로 시행하는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 덕분. 경찰에 따르면 상애씨는 실종 6개월 뒤인 1976년 12월 ‘문성애’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입양됐다. 상애씨와 어머니는 부모와 딸을 찾기 위해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시민단체와 경찰서에서 유전자를 채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 사람이 친자관계일 수 있다고 감정했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두 사람의 유전자를 다시 채취해야 했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상애씨가 다시 한국에 와야 해 최종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가 시행되면서 확인할 길이 트였다. 상애씨는 미국 보스턴 총영사관을 통해 유전자를 국내로 보냈고 최근 국립과학수사원에서 이씨의 친딸임이 최종 확인됐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 비대면 화상통화로 먼저 상봉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약속했다.
상애씨는 “가족이 모여 다 같이 식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어머니 이씨는 “만나면 피자·불고기·비빔밥 등 좋아하는 음식을 다 해주겠다”고 답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번 상봉이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게 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경찰은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해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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