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지 닷새 만에 베트남 출장길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며 그동안 지연됐던 글로벌 현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19일 오후 3시 김포공항국제비즈니스센터(SGBAC)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트남에서 배터리 투자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취재진을 향해) 많이 나오셨네요”라고 짧게 답하며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박 3일 일정으로 베트남에 머무를 계획이다. 이번 출장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IM 무선사업부장 사장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동행했다.
이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은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기지로 이 부회장의 차기 출장지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이날 베트남으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다음날인 20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단독 면담을 하고 현지 스마트폰·TV·생활가전 공장도 찾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푹 총리와 단독 면담을 갖는 것은 2018년 10월과 푹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지난해 11월에 이어 세 번째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번 만남에서 이 부회장이 푹 총리의 요청에 화답할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푹 총리는 이 부회장과의 면담 자리마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의 성공이 곧 베트남의 성공이라고 여긴다”며 베트남에 반도체 생산 공장 등 투자 확대를 요청해왔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최대 생산 기지로 하노이 인근의 박닌·타이응우옌에는 스마트폰 공장이, 호찌민 인근에는 TV·생활가전 공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인 1억5,000만대를 베트남 박닌·타이응우옌 공장에서 만든다. 올 2월부터는 베트남 하노이 THT 신도시 지구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공사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푹 총리와의 만남에서 베트남이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의 전초기지로 베트남 경제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베트남 정부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푹 총리와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과 관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삼성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베트남 출장은 당초 2월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이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도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최근 한국에 대해 외교관과 기업인 등의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패스트트랙(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을 적용하면서 이번 출장이 결정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 5월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5개월 만인 이달 8일 6박7일 동안 유럽 출장을 떠나 14일 귀국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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