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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INSIDE] 이지스의 최고가 베팅에 난감해진 SK…리츠로 해법 찾을까

SK 서린빌딩 콜옵션 보유했지만

이지스 1조원대 제시가에 난감

국민연금도 투자자 참여해 금액 낮추기도 어려워

결국 최고가로 인수해 리츠로 돌릴 듯

SK그룹과 계열사들이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중구 서린동 ‘서린빌딩’/권욱기자




SK(034730)그룹이 20년째 본사로 쓰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빌딩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시장가보다 30% 이상 높은 금액을 써냈기 때문이다.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통해 인수하기도 안 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란 분석이다. 다만 SK그룹이 건물 인수 후 리츠(REITs)로 자산을 유동화한다면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존 투자자에 큰 수익을 돌려주는 한편 건물 소유권도 손에 쥘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서린빌딩 매각 주관사인 세빌스코리아와 에비슨영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이지스는 3.3㎡(평)당 3,900만원대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강남 현대해상타워(평당 3,380만원) 뿐 아니라 국내에서 거래된 오피스 빌딩 중 사실상 가장 높은 가격이란 평가다. 서린빌딩이 속한 중심상업지구(CBD)의 평균 매매가격이 평당 3,000만원대인 것을 고려해도 30% 이상 높다.

업계에서는 이지스 측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보고 있다. 서린빌딩이 서울 중심지에 위치해 있고 단기 투자가 아닌 장기 투자 개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서린빌딩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여기저기 흩어진 그룹사를 한곳에 모으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SK가 20년째 본사로 사용 중이다. 이지스는 SK그룹이 정통성을 상징하는 건물인 만큼 콜옵션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서린빌딩 투자자에 국민연금이 포함된 점도 이지스에서 맘놓고 높은 금액을 써낸 이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SK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콜옵션을 행사해 건물을 사려면 최고 입찰가와 같거나 1원이라도 더 써내야 한다. 서린빌딩은 지하 7층, 지상 35층으로 연면적(8만3,801㎡)을 고려하면 이지스가 제시한 가격은 1조원 이상이다.



SK그룹은 해당 건물의 투자자이자 임차인이다. 이렇기 때문에 건물을 비싸게 팔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서린빌딩은 2011년 2월 하나대체투자자산이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 ‘하나랜드칩사모투자신탁 33호’가 5,500억원에 인수했다. 이 펀드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 SK E&S 등이 지분 65.2%를, 국민연금이 34.8%를 가지고 있다. SK계열사 중에는 SK이노베이션(23%), SK㈜(13.51%), SK E&S(13.51%) 순이다. 이지스의 제시가 대로라면 투자자들은 9년여 만에 투자금만큼을 회수하게 된다. 국민연금도 2,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이 예상된다. 이지스 역시 국민연금이 투자자로 있단 점에서 최고가를 제시했다는 해석도 업계에 나돌고 잇다.

만약 SK가 되사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되면 금액을 낮출 방법이 있긴하다. 임대차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사옥을 옮기면 된다. 이렇게 되면 이지스 측은 임차인 부재에 따른 위험으로 건물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딜이 유찰되면 SK는 더 낮은 금액의 입찰자 금액에 콜옵션을 행사하면 된다. 하지만 SK 측이 이런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자자로 참여한 상황에서 딜을 유찰, 가격을 낮춰 연금의 수익률을 낮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투자자이면서 콜옵션을 보유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 측이 1조원 수준에 본사를 인수해 현재 추진 중인 리츠를 통해 유동화 할 경우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SK는 SK㈜하에 리츠를 설립하고 리츠가 일부 계열사의 사옥 등 부동산을 매입한 뒤 계열사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모리츠가 찬밥신세라고 하지만 주가 변동성이 적어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SK그룹 계열사가 확실한 임차인인 건물에 투자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물을 비싸게 매입해 리츠로 돌리면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 임대료를 높여야 해 부담이 커질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공모리츠가 아닌 사모리츠 시장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연 5% 수준의 배당에도 투자자가 줄을 선 만큼 SK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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