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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시그널] 행동경제학으로 알아보는 '왜 나는 주식만 하면 손해를 볼까?'(영상)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밝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또 한 주식 커뮤니티에는 ‘빅히트 주식 환불이 가능하냐’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공모가격 책정이나 주식 환불과 같은 개념은 투자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아는 것이지만 이 같은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빅히트가 IPO 흥행을 이끌면서 평소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던 개인 투자자들까지도 주식에 대한 이해 없이 투자를 시작한 것. 또 빅히트의 소속 연예인 BTS의 가치만을 믿고 업계나 기업에 대한 분석 없이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빅히트 상장 이후에 벌어진 일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 이후 경기는 침체하는데 그 어떤 때보다 주식시장은 활기를 띄고, 심지어는 주가가 폭락할 때에도 저점 매수 기회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더 사들이기 바쁘다. 얼핏 보면 합리적이지 못한 투자 행태인데, 주식시장의 열기는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과 달리 사람이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지 이해해보기 위해 행동경제학 연구소 정태성 대표를 만났다.

행동경제학연구소 정태성 대표/영상 클립





Q.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실물경제 지표를 보면 경제가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닌데 왜 주식 광풍이 부는 것일까?

물론 주식을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경제적인 동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동학개미’들 중에는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투자를 하기 시작하니까 따라 하는 것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집단행동’으로 설명한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개개인이 조금 비합리적이더라도 집단은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에서는 군중들의 어리석고 비합리적인 행동이 우연한 기회에 촉발돼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한 사람이 주도해서 특정 행동을 하면 군중들이 무분별하게 따라하게 된다.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현상이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면 주위와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사회적 증명도 비슷한 개념이다. 사람들은 한 개인이나 일부 소수 집단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누군가 하니까 나도 따라해도 되겠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식당에 갈 때 한적한 식당과 손님이 많은 식당 중에서 한 곳을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손님이 많은 곳을 고를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검증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식 메뉴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식당에 들어서면 우리는 다른 손님들이 뭘 시켰는지 둘러보게 된다.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것,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잘 알지 못하는 종목을 사는 것 모두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Q.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변동성이 큰 요즘,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이성적인 행동인가?

변동성이 큰 시장은 기본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그렇지만 최근의 주식시장에 비이성적 과열이나 거품이 수반돼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닌지 합리적으로 판단한 후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현재 주식시장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도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의 주식시장이 20년 전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닷컴버블은 1995년부터 2005년 사이에 인터넷 관련 분야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미국의 주가가 급등한 현상을 가리킨다.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는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책에서 닷컴버블이 발생한 이유를 크게 세가지로 분석한다.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그리고 심리적 요인이 그것인데 이 중 심리적 요인이 오늘날의 주식시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쉴러가 분석한 가장 대표적인 심리적 요인은 앵커 효과다. 쉽게 말하면 닻 내리기 효과인데, 사람들은 특정한 수치적 기준이 주어지면 그 값이 임의의 값이더라도 그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에 얻은 기록을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최근의 정보가 판단을 내릴 때 가장 편리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승장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은 어제의 상승장을 기준으로 앞으로도 상승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현 시장이 거품인지에 대한 합리적 판단 없이 투자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현재 주식시장이 닷컴버블 때처럼 ‘비이성적 과열’인지 아직 단정 짓기는 힘들다. 다만 IT 기업에 대한 기대가 과열됐다는 평이 많다. 특히 수소차 기업 니콜라의 사기 논란만 봐도 특정 종목에 대한 과신은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 빅히트 IPO 열풍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IPO는 불패’라는 이야기가 돌고, 또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같은 이전 사례가 성공한 것을 기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청약 증거금으로 58조 원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Q. 주변을 따라서 주식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는 최근 장이 안 좋아지면서 물린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인가?

장기투자를 할 것인지, 손해를 보더라도 빠르게 되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본인이 내리는 것이다. 다만 손해를 보면서 되파는, 소위 ‘손절’하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손해를 보기 싫어한다. 행동경제학의 대표적 개념인 ‘손실회피 성향’이다. 사람들은 같은 가치라도 얻은 것의 가치보다는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한다. 가령 만 원을 벌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손실회피 성향에 따라 행동한다. 손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무작정 기다리면서 주가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손실에서 느끼는 괴로움이 주가가 올라서 이익이 났을 때 느끼는 감정보다 크기 때문에 그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적절한 때에 팔지 못하는 것이다.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야 하는 순간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 장기투자가 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람들은 다 스스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편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경제적인 이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사람의 비합리성을 인지하고 이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것이 행동경제학에서 본 주식시장 과열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현정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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