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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은 암이다" 휴대폰 화형식…갤럭시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이건희 별세]

신경영선언 1년 뒤에도 불량 11.8%

격노한 이건희 "15만대 다 태워라"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1위 도약

1995년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삼성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휴대폰을 비롯해 무선전화기·팩시밀리 등 불량제품 15만대를 전량 폐기처분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역사상 가장 뼈아픈 기억 중 하나인 ‘휴대폰 화형식’은 삼성이 인식의 전환뿐 아니라 실제 제품 품질의 전환을 맞게 된 계기였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988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휴대폰(SH-100)을 내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삼성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한다”며 신수종사업으로 휴대폰을 지목했다. 그리고 직접 버튼 배열까지 신경 쓴 ‘애니콜’ 브랜드를 만들어 1994년 10월 첫 제품을 내놓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점유율 30%를 차지했다.

당시 국내외 시장은 모토로라가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삼성은 모토로라가 차지한 시장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질보다 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리한 제품 출시로 양적 성장만 추구한 결과 그해 삼성전자 휴대폰의 불량률은 11.8%까지 치솟았다.

높은 불량률을 보고받은 이 회장은 크게 화를 냈다. 이 회장이 불과 1년 전(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독일까지 가서 ‘질의 경영’을 부르짖었는데 아직도 삼성은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신경영 이후에도 이런 나쁜 물건을 만들고 엉터리 물건을 파는 정신은 무엇인가. 적자 내고 고객으로부터 인심 잃고 악평을 받으면서 이런 사업을 왜 하는가”라며 “삼성에서 수준 미달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 회사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 회장은 불량품을 무조건 새 제품으로 바꿔주라고 지시했다. 무려 15만대, 500억여원어치에 달하는 불량품이 수거됐다. 1995년 3월9일 이 회장은 수거된 15만대의 휴대폰을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쌓으라고 지시했다. 2,000여명의 임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해머를 든 10여명이 전화기를 내리쳤다. 조각난 휴대폰에 불까지 붙였다. 임직원들의 불량 의식도 함께 태워버리라는 특단의 조치였다. 제조를 담당한 여직원들은 제 손으로 만든 제품이 녹아내리고 재가 되는 모습을 보며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내 자식 같은 무선전화기가 타는 것 같았다. 그 화형식이 계기였다. 우리 가슴속에 불량에 대한 안이한 마음을 털끝만큼도 안 남기고 다 태워버렸다. 새로운 출발이었다. 지금의 삼성은 거기서 시작됐다.”

화형식으로 ‘불량은 암’이라는 인식이 삼성인들 가슴속에 자리를 잡아갔고 현장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부실요인을 찾아 고치는 풍토가 그룹 전체에 확산됐다.

그리고 화형식 4개월 후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국내시장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2002년에는 열고 닫는 클램셸(조개껍데기) 형태의 ‘SGH-T100’을 내놓았다. 삼성의 기술이 집약된 이 모델은 ‘이건희폰’으로 불리며 단일 모델로만 1,000만대가 팔려나갔다.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12년 삼성전자는 마침내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 자리는 현재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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