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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 좋아한 이건희 회장님, 여사님께 뺏기기도 했죠"

직원·은사·대학 동기가 떠올리는 '인간 이건희'

보신탕 먹는 직원에 개 선물하는 소문난 애견가

라면·단팥빵 등 저렴한 음식도 즐겨 찾아

이병철 회장이 강조한 '경청'·'목계' 실천 노력도

2011년 직원들과 함께 촬영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제공=삼성




“사업은 우리가 여건이 안돼서 접더라도 우리가 뽑은 인재들은 잘 챙겨야 하는데...”

25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사업이 구조조정 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것’을 죄악시 여겼다고 한 전직 사장은 말했다. 그만큼 이 회장은 자신의 직원들을 각별히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이 회장을 지켜본 지인들은 대한민국 최대 기업의 총수가 아닌, ‘인간 이건희’는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겸손하며, 소박한 취향을 가진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문난 애견가
일본 유학시절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이 회장은 재계에서도 유명한 애견가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 품종인 진돗개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힘써왔으며, 맹인 안내견을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하고 용인에 훈련원을 만드는 등의 시도도 해왔다.

이 회장이 가장 사랑한 반려견은 1986년부터 키운 ‘벤지’란 이름의 요크셔테리어다. 벤지가 늙어 죽자 이 회장은 새로 입양한 포메라니안에 또 벤지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다. 이후 벤지가 16년의 수명을 다하자 2010년과 2017년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에서 복제견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1993년 미국의 격주간 종합경제지 포춘과 인터뷰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제공=삼성


이 회장과 함께 일한 삼성그룹 전직 임원은 보신탕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 임원을 불러 “우리 사장들도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있겠죠”라는 임원의 대답에 이 회장은 “사장들 중에 정말 그걸 먹는 사람이 있냐”고 재차 묻더니 이름을 적어오라고 지시했다. “그거 적어내면 혼내실 겁니까?”라는 임원의 질문에 이 회장은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개를 한 마리 사주겠다.” 직접 반려견을 키우며 개에 대한 애착을 가져보라는 의미다. 그만큼 이 회장의 ‘반려견 사랑’은 대단했다.

"오늘도, 내일도 식사는 라면"
값비싼 음식을 주로 먹을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이 회장의 음식 취향은 예상외로 ‘소박했다’고 한다. 이 회장의 고등학교 은사는 1964년 일본 동경올림픽 당시 이 회장이 자신을 찾아와 “우리 집에 모셔가고 싶다”고 해 일주일 동안 이 회장의 집에 머문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 은사는 “학교 선생과 자기 방에서 같이 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은사가 놀란 점은 또 있었다. 그는 “솔직히 그때 (이 회장이) 부잣집이라고 해서 잘 먹을 줄 알았다”며 “아침에 아래층에서 냄새가 나서 내려가면 큰 대접이 나와 있어서 ‘고깃국을 실컷 먹겠구나’ 했는데 라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라면을 먹었으니 내일은 다른 걸 좀 먹겠구나’ 생각해도 똑같았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과 함께 온 가족이 똑같이 라면을 먹는 모습에 이 회장의 은사는 두 번 놀란 것이다.

고 이병철(오른쪽)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유년시절 이건희(가운데) 삼성그룹 회장 /사진제공=삼성


이 회장이 또 좋아한 음식으론 단팥빵이 있다. 일본 와세대 대학을 함께 다닌 한 동기는 “우리는 (이 회장에게) 엄청나게 비싼 음식을 대접받았지만 우리는 답례로 단팥빵을 줬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회장은 단팥빵을 매우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 후 이 회장의 건강을 걱정한 아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에게 단팥빵을 뺏기기도 했다고 대학 동기는 회상했다.

'경청'과 '목계'
이 회장이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부친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은 1979년 이 회장이 그룹 부회장이 되자마자 직접 붓으로 쓴 ‘경청(傾聽)’이라는 글귀를 선물했다. 이 회장은 이를 ‘남의 말을 잘 들어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말하기보다 듣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이후 이 회장은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고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쓴 글귀 /사진제공=삼성


또 한 가지 선친으로부터 받은 교훈은 ‘목계(木鷄)’다. 목계는 「장자」의 ‘달생’ 편에 나오는 말로, 경지에 이른 싸움닭은 허장성세를 부리지 않고,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에 반응하지도 않으며,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부욕도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거실에 목계를 놓고 늘 자신을 경계하였는데, 이 회장도 기업을 경영하면서 험한 일이 닥칠 때면 목계를 보면서 스스로를 경계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렸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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