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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아시아나 감자 강행 産銀, 항공업 '빅샷' 구조조정 나서나

특혜논란 무릅쓰고 개미 울리는 균등감자 선택

구조조정 1원칙 스스로 훼손해 논란

항공업 체질 바꾸는 대형 구조조정 나올지 관심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소액주주의 반발을 무릅쓰고 균등감자를 선언한 가운데 아시아나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균등감자 결정에 대해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어 산은이 단순히 아시아나를 살리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넘어 국내 항공업을 한꺼번에 재편하는 ‘빅샷’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나의 장거리 국제 노선사업을 따로 분리해 대한항공(003490)에 매각하는 방안이 채권단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나는 대신 단거리 및 역내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국내 1등 저비용항공사(LCC)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구조다. 국내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는 “당초 아시아나 매각이 진행될 때부터 국내 항공업 구조조정을 위한 최선의 형태로 평가받았던 방식”이라며 “산은 내부에서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아시아나 계열 LCC인 에어부산·에어서울과 아시아나IDT 등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주로 제시됐으나 이같은 형태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항공업 지도가 전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노선을 따로 떼 매각할 경우 중복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게 항공업계의 한결같은 평가다.



실제 실행 여부를 떠나 주변 여건은 무르익고 있다. 당장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인 산은부터가 아시아나 균등감자를 계기로 특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산은은 구조조정의 ‘제1원칙’으로 대주주의 책임과 희생을 강조해왔다. 대주주 경영실패에 따라 혈세가 투입되는만큼 대주주가 가장 큰 손실을 봐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번 균등감자에 따라 금호산업과 박삼구 전 회장은 기존과 동일한 지분율(30.77%)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3대1로 동일한 감자비율을 적용하기로 한 덕분이다. 감자(減資)란 회계상 자본금을 줄이는 대신 여기서 발생하는 감자차익으로 결손금을 털어 자본잠식에 벗어나기 위한 회계 기법인데, 관(官) 주도 구조조정 기업에 균등감자가 적용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아시아나 뿐 아니라 산은도 균등 감자의 수혜를 입는다. 산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 1조9,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면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 전부를 후순위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만약 차등감자가 이뤄질 경우 담보가치가 하락하게 돼 여기에 해당하는 충당부채를 더 쌓아야 한다. 또 은행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결과적으로 균등감자가 소액주주인 ‘개미’는 울릴지언정 금호산업과 산은에게는 모두 이익이 되는 구조인 셈이다. 올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의 소액주주(지분 1% 미만 보유)는 약 14만2,500명으로 이들이 전체 지분의 58.20%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금융당국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한 전직 관료는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 원칙을 깬 상황”이라며 “단순히 한 회사를 죽이거나 살리는 수준을 넘어 산업 전반의 큰그림을 그릴 정도의 대의명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산은이 아시아나는 물론 대한항공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도 구조 재편에 유리한 상황이다. 지분구조 상 대한항공의 대주주로 올라선 강성부펀드(KCGI) 3자 연합도 산은 주도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산은이 채권단으로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에 산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유력 후보로 떠오른 것처럼 산은이 장거리노선 매각을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은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기기로 할 때도 특별한 입찰을 거치지 않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딜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다만 균등감자 강행에 따른 소액주주 반발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상법상 결손금 보전 목적의 감자는 보통 결의를 통해 의결하게 되는데 이때 의무 주주 출석비율은 없지만 출석주주의 과반 찬성 및 발행주식 4분의1 이상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금호산업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11.02%)이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태여서 주총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자가 예정대로 이뤄질지 또 감자 이후 채권단 출자전환이 단행될지 등이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라 먼저 자본잠식 및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한 뒤 구조조정안(案)도 본격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일범·김상훈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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