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사실 안 죽었다’며 민설아가 짠 하고 나타날 만도 하다. 일반적인 예측을 두세걸음 뛰어넘는 ‘펜트하우스’의 뒤도 돌아보지 않는 직진 전개가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청률은 어느덧 15%가까이 붙었다. 쏟아지는 호평 속에 마무리된 전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최고 6.3%(닐슨코리아/전국)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2배가 넘는다.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목적을 두고 많은 시청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하고 싶다고 하지만 ‘극단적인 맛’을 끊을 수는 없다.
수년 전, 쉴 새 없이 몰아쳤던 막장극의 MSG를 조금씩 털어내나 싶었는데 다시 시작이다.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매운맛으로 혀를 마비시킨 채 다른 맛들은 싹 잊게 만들어버렸다.
복수극의 주인공 심수련(이지아)과 오윤희(유진)의 첫 만남은 6회에서야 이뤄졌다. 심수련은 철저한 계획으로 악마같은 남편 주단태(엄기준)의 의심에서 벗어났고, 오윤희는 천서진(김소연)의 계략에 휘말려 또다시 위기에 빠지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전날 최후를 맞은 조상헌(변우민)을 살해한 것은 윤태주(이철민)였다. 친딸 민설아(조수민)의 죽음 뒤에 있는 조상헌을 찾아가 그동안의 비리 자료를 던지며 이를 까발리겠다고 한 심수련은 그와 몸싸움을 벌였다. 그때 윤태주가 나타나 조상헌을 폭행했고, 그는 난간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심수련은 전날 민설아의 집 앞에서 찾아낸 회중시계 사진과 눈동자 그림, ‘니가 이 시간에 한 짓을 알고 있다’는 내용을 적어 이규진에게 보냈다. 이를 본 헤라팰리스 사람들은 서로를 탓하며 또다시 맞섰다. 천서진이 심수련을 의심했고, 주단태 역시 그녀의 행적에 의문을 가지면서 위기에 빠지나 싶었으나 이미 심수련에게는 계획이 다 있었다.
매번 반복되는 황당한 사건도 안 등장할 수는 없다. 입학식에서 독창을 맡게 된 배로나를 태우고 가던 오윤희의 차량을 누군가가 갑자기 들이받았다. 공연장에 가야 한다는 딸의 외침에 지나던 오토바이를 세워 입학식장으로 보냈지만, 결국 배로나는 무대에 서지 못했다. 자신의 딸 대신 천서진의 딸 하은별(최예빈)이 독창하는 모습에 오윤희는 또다시 분노를 삼켰다.
이제까지 ‘펜트하우스’는 살인, 왕따, 불륜, 갑질, 복수, 출생의 비밀, 학교폭력, 학대, 사기, 부동산 개발 폭리 등 이야기구조 전체를 클리셰(진부하고 상투적인 설정)로 덧칠했다. 이번주 방송에는 ‘우연의 반복’과 ‘죽었는데 다시 살아난 주혜인(나소예)’이 추가됐다.
얼굴에 점만 찍었는데도 아무도 못 알아보는 ‘아내의 유혹’도 있는데 아직 놀라긴 이르다. 혹시 모를까 화장까지 한 민설아가 살아난다면, 그때는 조금 충격을 받으려나…. 이정도에 ‘충격 엔딩에 긴장감, 핏빛 복수의 서막, 살기 어린 눈빛…’ 이런 제목을 달기엔 약하다 아무래도.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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