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환경에서 미생물(박테리아)을 활용해 암석으로부터 희토류를 추출하는 첫 실험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성공했다. 이는 달이나 화성 등에서 ‘희토류 원소’를 확보하고 행성 탐사나 우주 정착기지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신기술로 평가된다.
찰스 코켈 영국 에든버러대 물리·우주학과 교수팀이 12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상에서 희토류나 금속을 추출하는 데 활용되는 미생물이 우주에서도 제대로 기능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ISS 실험에서 ‘스핑고모나스 데시카빌리스’가 희토류 원소를 추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0년에 걸쳐 성냥갑 크기로 제작한 ‘미생물 제련 반응로’ 18대를 지난해 7월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ISS에 보냈다. 우주의 서로 다른 중력 속도에 맞춰 각각의 속도로 도는 원심분리기에 설치된 이 반응로에는 달과 화성에도 흔한 현무암 조각이 광물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역할을 하는 박테리아 용액에 담겨 있었다.
그 결과 두 종의 박테리아는 활동량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스핑고모나스 데시카빌리스’는 영향을 받지 않고 현무암에서 네오디뮴(Nd)·세륨(Ce)·란타늄(La) 등의 희토류 원소를 추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과 구리의 약 20%는 용광로 대신 미생물의 대사작용을 활용해 생산되고 있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암석을 분해해 작물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물과 공기를 추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켈 교수는 “우주 미생물 제련은 현지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달의 ‘폭풍우의 바다’ 지점에 희토류 원소가 농축된 암석이 많다”고 말했다. 로사 산토마티노 박사는 “미생물은 우주로 가는 동안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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