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니 조두순이 누군지도 몰랐던 아이들에게 알아서 조심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정말 걱정되는 건 ‘위험한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안산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만기 출소(12월13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가 돌아올 안산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조두순이 다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위험한 동네’라는 부정적 인식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1일 찾은 안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조두순의 출소에 대해 분노와 불안감을 표했다. 안산 상록구에서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오모(62)씨는 “조두순이 곧 나온다고 하니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받았던 충격이 다시 떠오른다”며 “형기가 끝난 마당에 나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만, 조두순이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안산시민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초등학생 이모(12)양은 “학교에서 카카오톡 알림장으로 조두순이 나온다고 알려줘서 조두순을 처음 알게 됐다”며 “유튜브로 많이 찾아보고 있는데 조두순이 화가 나면 눈이 뒤집히는 사주라고 했다. 너무 무서우니 평생 감옥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안산시는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24시간 1대1 전자감시와 폐쇄회로(CC)TV 추가 설치, 순찰 강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민들의 두려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많은 시민에게 쓰여야 할 세금과 행정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단원구에 거주하는 박모(55)씨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게 다 세금인데 조두순 한 명 때문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안산시는 현재 3,622대인 방범용 CCTV를 내년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지만 1년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CTV 한 대 설치비용만 2,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안산시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을 통해 민간사업자가 먼저 방범용 CCTV를 설치하도록 하고 장기간에 걸쳐 설치비용을 갚아나가기로 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안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할 것을 안타까워했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뚜렷한 격리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자꾸 언론에 조두순과 안산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잊고 있던 상처를 들춰내는 것”이라며 “안산에서 사고가 나면 ‘또 그 동네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재범 우려가 높은 출소자를 격리해 치료하는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조두순에게 소급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단원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씨도 “조두순 집이 근처 아파트 단지에 있다는 사실은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주민들은 조용히 잘 살아보려고 하는데 자극적인 보도가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안산=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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