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자가 유망한 벤처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3만 6,000개나 되는 벤처 가운데 구직자가 관심 있는 업종의 벤처를 소싱하는 작업 자체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데다 벤처 자체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외풍에 취약한 것도 한 원인이다. 정보 자체가 한정적이라 더 까다롭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대기업으로부터 사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아 사내 벤처에서 분사한 기업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취업 시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 대기업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 스타트업 가운데 성장 스토리를 쓰는 곳이 적지 않다. 택시 호출 플랫폼인 ‘반반택시’를 선보인 코나투스는 지난 2018년 6월 SK텔레콤에서 나왔다. 분사 이듬해인 작년 7월에는 정부로부터 규제를 유예받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에서 모빌리티 분야 1호 사업자로 선정됐다. 반반택시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에 서울 전체 택시의 15%를 회원으로 둘 정도로 컸다. 올 6월까지 5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코나투스에는 대기업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 26명이 일하고 있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개발자, 마케터 등 전 분야에서 인력일 필요할 때마다 상시 채용하고 있다”며 “일을 즐기고, 동료와 협업할 수 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식용 채소와 허브를 가정에서 키울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에이아이플러스도 2018년 6월 삼성전자에서 독립했다. 삼성전자가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인 ‘씨랩’으로 키운 에이아이플러스는 2017년 씨랩 페어에서 ‘베스트 투자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았다. 에이아이플러스는 최근 식물재배기 사업에 뛰어든 SK매직으로 22억원에 인수돼 다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식물재배기는 가정을 비롯해 학교, 단체, 각종 상업시설에도 설치하는 사례가 늘면서 성장성이 큰 분야다.
현대자동차에서 지난해 3월 분사한 폴레드는 카시트와 자동차용 어린이 보호장치를 만든다. 현대차, 기아차 등 여러 기업에서 투자를 받았고 분사 첫해인 지난해 매출은 72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부터 사내벤처프로그램을 도입한 현대차는 사업성, 성장성 등 분사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기업이라고 업계에서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분사한 기업과 기술, 투자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사내 벤처에서 분사한 스타트업들은 투자나 기술 협업 등 여러 부문에서 대기업과 우호적 관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구직자라면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키워나가는 한편 채용 현황 등에도 항시 안테나를 켜두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