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부터 올해 라임·옵티머스까지 사모펀드 관련 사태가 잇따르는 가운데 감독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이 되레 내년 예산을 대폭 늘려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내년도 예산으로 약 4,100억원을 신청했다. 이는 올해 예산인 3,630억원보다 470억원(12.9%) 증가한 규모다. 금감원은 매년 예산액 증액을 요구했지만 내년 예산의 경우 특히 과도하다는 평가다. 실제 당해연도 예산 대비 이듬해 예산 요구액 증감률을 보면 지난 2018년 예산 편성 시 9.8%, 2019년 2.2%였지만 이번에는 껑충 뛴 10%대 증액을 요구했다. 현실화하면 금감원은 사상 첫 예산 4,000억원 시대를 열게 된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사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충당해 결국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 내는 돈이다.
문제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책임 논란이 큰 와중에 펀드 판매 은행·증권사 임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릴 뿐 자체 문책은 없고 오히려 많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10일 박정림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올해 초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법원은 이들이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징계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특히 금감원의 행보가 2016년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관리 부실 책임을 지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180도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은 2016년 임원 연봉 5%를 깎고 2017년 경상경비 예산도 3% 줄였다. 부행장급 부문은 11개에서 9개로 축소했다. 수은도 임원 연봉 삭감 및 전 직원 임금 상승분 반납 등의 쇄신을 했다. 반면 금감원 상여금은 계속 지급됐다. 평가상여금 지급률을 보면 2017년 기준봉급 대비 140%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130%였다. DLF 사태가 터진 2019년에는 138%, 올해는 127%가 책정됐다.
윤 의원은 “금감원 예산의 대부분은 인건비와 업무추진비와 같은 소모성 경비로 구성된다”며 “감독실패에 대한 책임과 코로나 국면에서의 비용절감 차원에서 적절히 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예산 증액 요구분 대부분은 노후화된 정보기술(IT) 시설 교체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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