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세계식량기구(WFP)가 내년에 최악의 식량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십억달러의 지원이 없다면 “오는 2021년에는 대규모의 기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전 세계가 “기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직전에 처해 있다”며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몇 달 이내에 엄청난 기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올해의 경우 세계의 리더들이 경기부양책과 부채 상환 연기 등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이 같은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재유행과 중저소득 국가의 경제상황 악화, 추가 봉쇄와 제재 등이 나타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요소라는 분석이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2020년에 쓸 수 있었던 돈은 2021년에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전 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나 이 같은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우리는 분쟁·재난지역과 난민수용소에서 식량을 공급했지만 가장 힘든 시기는 바로 지금부터”라며 “내년에는 더 극심한 식량난과 기근이 닥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가오는 위기를 타이타닉에 비유하며 “지금 우리는 빙산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빙산은 기근과 기아, 불안정과 이주”라고 말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기아 해소와 아동 지원 등을 위해 내년에 150억달러(약 16조6,000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근을 막기 위해 50억달러가, 영양실조 아동 등을 위해 1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부금을 확보한다면 세계적인 기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로부터의 기부금 외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많은 돈을 번 사람들도 기부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음달이나 내년 1월부터 이 같은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우리가 필요한 돈이 없을 경우 기근 상태에 들어갈 나라가 약 30개국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앞으로 3~6개월 내에 20개국의 식량 불안정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WFP는 기아 퇴치를 위해 세워진 유엔 산하 세계 최대 식량 원조기구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WFP가 기아 예방뿐 아니라 안정과 평화를 위한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며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목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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