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상장사들의 3·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의 경영 환경은 여전히 어렵지만,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 노력으로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충격에서는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가운데 반도체 업황이 크게 좋아지면서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8일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0개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상장사들의 올해 3·4분기 순이익은 25조6,285억원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 17조2,336억원보다 4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분기(14조1,349억원)보다는 81.31% 늘어나 코로나 19로 쪼그라들었던 기업들의 이익이 재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3분기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해 누적 순이익도 많이 좋아졌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1조249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56조3,421억원)보다 9.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만 해도 전년 동기대비 34.1%나 감소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 회복한 모습이었다. 특히 3분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 덕분에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좋아지면서 전체 이익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이익 개선 정도가 덜했다. 전체 상장사 매출의 12.17%를 제외할 경우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5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전반적인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의 개선 추세는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형은 작년과는 비슷했다. 다만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전 분기보다는 훨씬 커졌다. 3분기 전체 매출액은 503조6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7조7,594억원보다 1% 정도 줄었지만 전분기(448조4,078억원)보다는 12.19% 늘었다. 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여전히 코로나 19 영향으로 소비와 수요 회복이 덜한 가운데서 기업들의 비용절감과 체질개선 등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전분기 대비 섬유·의복(276%), 서비스업(104.15%) 등 10개 업종 순이익이 증가했다. 특히 철강·금속(159.26%), 전기·전자(77.63%), 화학(63.38%), 유통업(31.94%) 등 경기 회복 영향을 받는 업종들의 이익 개선세가 눈에 띠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로나 19 이후 언택트와 의약품 실적이 크게 회복됐다”며 “아직 코로나 영향권에 있는 업종들은 경영 정상화 노력을 통해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재무 상태도 전분기보다는 다소 개선됐다.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은 115.96%였지만 3분기에는 115.65%로 0.31%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말(112.79%)보다는 악화된 상황이다.
3분기 순이익 기준 흑자 기업은 422개사로 집계됐고 148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흑자기업 비중은 늘었고, 적자기업 비중은 줄었다.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SK케미칼(285130)로 지난해 34억4,100만원이었던 순이익이 올해는 2,881억원으로 80배 이상 늘었고 휴비스(079980)(2,794.22%), 금호산업(002990)(2,786.15%), 코오롱(002020)(1,614.4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순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기업은 TCC스틸(002710), 서원(021050), 무림P&P(009580), 유니온머티리얼(047400), 대원화성(024890) 순이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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