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삼성전자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의 쌍두마차인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9개월 만에 장중 10만원대 고지에 올라섰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더불어 외국인 투자가의 본격적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0.10%(100원) 소폭 내린 9만8,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장중 10만500원을 찍으면서 지난 2월24일 이후 처음으로 10만원선을 넘어섰지만 장 막바지에 하락 전환했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고전과 성장주의 거침없는 추격세가 맞물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NAVER에 코스피 시총 2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던 SK하이닉스는 주가가 상승 궤도에 올라타면서 현재 ‘시총 톱2’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시총은 71조3,442억원으로 3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17조6,000억원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를 공격적으로 쓸어담는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달 4일 이후 줄곧 ‘사자’ 행렬을 이어가면서 주가를 이끌고 있다. 이달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8,662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삼성전자(2조1,157억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내년 반도체 업황의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체는 고객사의 재고가 과잉 축적되면서 수익성이 훼손됐지만 올해 말께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면서 내년 실적 개선이 본격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4분기 이후 서버 교체 수요가 3년 만에 도래하면서 D램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멀티칩패키지(MCP) 수출 호조에 힘입어 내년 낸드 가격의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칭화유니그룹의 채권 상환 지연을 계기로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굴기 리스크도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달 17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업체 칭화유니그룹은 약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에 실패해 부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증권업계는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보고 있다. 이번주 들어 하나금융투자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최고 수준인 12만원으로 높여 잡았으며 상상인증권(10만→11만5,000원), SK증권(10만4,000원→11만5,000원)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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