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가정용 에어컨 사업 진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가전업계에도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테슬라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이 확대될 경우 일반 가정에선 이 에어컨 사용으로 절약한 전기를 다른 가정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9월 22일 주주총회 당시 “테슬라가 가정용 에어컨 사업을 내년에 시작할 수 있다”면서 “더 조용하고 효율적이며 에너지 절약이 뛰어난 에어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그럴 듯한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전기차 난방에선 히터가 일반적이었는데 올해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에선 히트 펌프식의 에어컨을 탑재했다”면서 “이는 작고 효율적이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에어컨을 앞으로는 가정용으로 따로 생산해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테슬라가 그동안 걸어온 에너지 사업 관련 행보를 보면 에어컨 사업 추진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테슬라는 2015년 일찍이 가정용 전력생산 기기인 ‘파워월’을 선보였으며 2016년 미 주택용 태양광 패널업체인 솔라시티를 인수하는 등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닛케이는 “파워월에 태양광 패널는 물론 전기차에 달린 에어콘을 조합하면 가정 전체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가정에서 에어컨은 전체 전력의 30~40%나 차지하는 만큼 에너지 절약이 중요하다. 후카오 산시로 이토츄총연 주임 연구원은 “테슬라는 소비자끼리 전기를 사고 파는 사회를 내다보고 있다”면서 “에어컨을 단순한 하드웨어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테슬라 에어컨을 이용하는 가정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을 넘어서 에너지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에어컨 생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용 에어컨과 관련해 영국 로터스와 개발을 협력하고 있으며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일본 파나소닉과 제휴 중이다. 자동차용 에어컨과 가정용 에어컨은 냉매 종류부터 설계까지 다른 만큼 테슬라가 다양한 업체와의 업무제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가정용 에어컨업계 선두주자인 다이킨은 테슬라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위협적이라고 보고 있다. 닛케이는 “테슬라가 전기차용 배터리도 타사의 노하우를 흡수해 궁극적으로는 자체 생산을 시작하려 한다”면서 “테슬라와의 제휴 성패를 가늠하는 데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편 머스크는 재산 130조 원 규모의 세계 3위 부자로 다시 올라섰다. 테슬라가 다음 달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편입됨에 따라 주가가 급등했고 머스크 재산도 1,175억 달러(약 130조원)를 기록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 재산은 테슬라의 S&P500 지수 편입 소식에 힘입어 16일 하루 동안 150억달러 늘었고,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재산 규모(1,060억 달러)를 앞질렀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8월 말 테슬라 주식 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저커버그를 제치고 세계 3위 부자에 오른 적이 있다. 현재 1,000억달러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머스크와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등 전 세계에서 4명뿐이다. 외신들은 테슬라 주가에 따라 머스크 재산에 변동이 있겠지만, 세계 3위 부자의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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