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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봤습니다...‘K부동산 모노폴리’[박윤선의 부동산 TMI]

<23> 화제의 'K부동산 모노폴리' 후기

아파트 지을 수 있어 남다른 몰입감

게임 속에서도 청약은 '희망 고문'

판 흔드는 '부동산 정책 카드'가 최대 변수

/일러스트=진동영기자




처음엔 합성인 줄 알았습니다. ‘K부동산 모노폴리’ 말입니다.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K부동산 모노폴리 이미지에는 모노폴리 아저씨(?) 캐릭터와 함께 ‘대한민국 현실 그대로 반영! 게임하면서 배우는 부동산 상식’이라는 문구까지 적혀있었습니다. 재치와 금손을 겸비한 어느 네티즌의 작품이려니 생각했는데, 실제로 판매되는 제품이었습니다. 그것도 ‘찐’ 모노폴리를 만들어온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에서 공식으로 발매한 정품이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홀린 듯이 K부동산 모노폴리를 주문하고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동기, 후배와 둘러앉아 언성을 높이며(!) K부동산 게임판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부동산 TMI>는 부동산 기자로서 직접 플레이해 본 K부동산 모노폴리 후기로 꾸며보고자 합니다.

K부동산 모노폴리 실물.




<모노폴리 확장판 ‘K부동산 모노폴리’>

K부동산 모노폴리는 원작 모노폴리를 구입하면 증정 받을 수 있는 ‘특별 확장판’입니다. 가격은 사이트마다 차이가 있지만 1만4,000원~1만7,000원 선이었습니다. 구성품은 기존 모노폴리 한 세트와 작은 상자에 들어있는 K부동산 모노폴리 확장판 입니다.

주택, 호텔만을 지을 수 있는 기존 모노폴리와 달리 K부동산 모노폴리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또한, 원작의 보너스 카드(사회사업기금) 대신 ‘부동산 정책 카드’와 ‘K부동산 찬스카드’가 별도 제공됩니다. 부동산 정책카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개발제한구역 지정, 보금자리주택 청약 당첨 등등 신문 지면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최신 정책이 담겨 있습니다. 찬스카드에는 ‘착한 임대인을 만났습니다’ 카드와 긴급재난지원금, 연말 소득공제 등을 받을 수 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게임 방식은 기존 모노폴리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일정 자본금을 가지고 땅을 구매하고 구매한 땅에는 주택을 지을 수 있습니다. 한 지역에 저층 주택 4동을 지은 후에는 이를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을 수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말이 아파트가 있는 지역에 들어갈 경우 일반 주택보다 훨씬 비싼 이용료를 내야 합니다.

게임 속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선정된 청주.




<게임 속에서도 ‘영끌’ ‘갭투자’ 난무…“몰입도 최고”>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서울경제 3인의 부동산 기자들은 현실에서 못 이룬 꿈을 게임 속에서나마 이뤄보자는 심정으로, 닥치는 대로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LTV 한도는 50%이며 담보 해제를 위해서는 이자를 포함한 원금을 상환해야 합니다.



저는 대출이 가능한 만큼(플레이어당 최대 5개 지역) ‘풀’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영끌’입니다. 이렇게 끌어모은 돈으로 새로운 부동산을 쇼핑했습니다. 진모 기자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은행 대출을 끼고 새로운 부동산을 구매하는 일종의 갭투자 전술을 펼쳤습니다. 문제는 담보 대출을 받은 지역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임대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현금 흐름이 막히면서 몇 순배는 매매도 신축도 못한 채 ‘존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게임판 속 ‘감옥’에 걸린 진모 기자는 막대한 임대료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감옥에 있는 것이 마음 편하다며 수감을 환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엎치락 뒤치락이 있었지만, 결국은 현금 보유량을 적정하게 유지했던 권모 기자가 최종 승자가 됐습니다. 저와 진모 기자는 역시 승자는 ‘현금 부자’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모형일 뿐이지만, 게임 속에서도 아파트가 주는 몰입도(?)는 남달랐습니다. 주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비싼 값을 내고 아파트를 지었을 때, 갖고 있는 지역이 재개발 돼 아파트를 받았을 때 플레이어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남의 아파트에 비싼 임대료를 내야하는 플레이어는 박탈감과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기피 대상 1위는 판을 흔드는 ‘정책 카드’>

게임 도중 기피 대상 1위는 흥미롭게도 ‘부동산 정책카드’였습니다. 보물 상자 그림이 그려져 있어 다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카드를 뽑았지만, 카드가 나올 때마다 게임판은 원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개발제한구역 카드나 투기과열지구 카드를 뽑은 플레이어는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특히 제가 종합부동산세 카드(사진)를 뽑았을 때 터져 나오던 조세저항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한 사람이 뽑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다 세금을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플레이어는 집과 땅을 팔아서라도 세금을 냈지만,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는 자산이 크게 감소하고 말았습니다.

게임 속에서도 청약은 희망 고문이었습니다. 권모 기자는 ‘청약에 당첨되었습니다’라는 카드를 뽑았지만, 그 아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주사위를 세 번 굴려서 한 번이라도 더블(같은 숫자 중복)이 나와야 당첨’이라고요. 결국 권 기자는 청약 당첨에 실패했습니다. ‘로또’에 비견되는 지금의 청약 시장과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게임 속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원리는 주사위, 운입니다. 개인의 부동산 구매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많은 고민과 연구를 통해서 이뤄지고요. 그런데 어째서 결과물은 두 세계가 이리도 비슷한 것일까요?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뒷맛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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