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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이용훈 "기초연구 아이디어 모아 창업 유도...과학기술계 BTS 키울 것"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내년부터 AI교육 대폭 강화해 과기특성화대학 롤모델 제시

평가기관에 로비 않고 논문 질도 선두권...그린뉴딜 연구 주도

울산 AI파크 내년에 문 열어...부울경 미래먹거리 발굴 기대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이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교육과 연구·창업 등 모든 면에서 과학기술 BTS를 키워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기자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학부 커리큘럼을 혁신하고 교수가 논문도 잘 쓰고 창업 등 기술사업화도 잘하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롤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아울러 지역 기업의 혁신동력을 살려낼 수 있는 ‘AI파크’를 만들어 윈윈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용훈(65·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22일 서울 종로 서울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연구자와 학생, 지역 기업들을 BTS처럼 키워내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30년간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다 공모를 통해 지난해 말 UNIST 총장에 부임했다.

그는 “BTS는 능력 있고 꿈이 있는 아이들이 일찍 팀을 만들어 춤과 노래에 몰입해 최고의 전문가가 됐다”며 “교육에서도 그렇게 돼야 한다. 현재 중고교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UNIST에서 내년부터 학생들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AI 등 국제경진대회에 적극 도전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BTS를 키우기 위해 스터디그룹에 지도교수와 조교를 배정하고 GPU와 서버 등 컴퓨팅 파워를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도록 지원하며 창업으로 연결시킨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대담·정리=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이 총장은 “실상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가 대단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학생들한테 산업 흐름이 어떻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매주 금요일 창업에 도움이 되는 AI·드론·3D프린팅 등에 관해 이론과 간단한 실습을 하고 기업가정신을 가르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UNIST 학생 창업기업 중 ‘클래스101’처럼 상당한 성취를 거둔 곳도 있지만 교수 창업기업에 비해 성공률이나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좀 더 체계적인 창업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클래스101의 경우 분야별로 전문가를 연계해 취미강좌를 열고 용품을 판매하며 대규모 투자유치에 이어 2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맞춰 AI 교육을 파격적으로 강화하는 등 UNIST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편하겠다는 게 이 총장의 소신이다. 그는 “1학년 때 물리·화학·생물 등을 좀 줄이고 AI를 더 배우도록 내년부터 교과목을 바꾸겠다”며 “수학의 경우 지금은 역학·전자기학을 잘하도록 아날로그 수학인 미적분을 1학년 내내 가르치는데 내년부터는 AI의 토대로 4학년이나 대학원에서 주로 배우는 디지털수학(이산수학·선형대수)과 확률·통계를 1학년부터 교육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UNIST가 논문인용지수 측면에서 세계 1% 안에 들어가는 교수가 지난해 6명, 올해 6명으로 서울대에 이어 2위라며 교수들의 연구업적에 자긍심을 표하기도 했다. 기자가 ‘우리 대학들이 제발 QS나 THE 같은 해외 대학 평가기관에 로비 그만하고, 유명 학술지에도 협찬하고 특집으로 논문 게재하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그렇잖아도 유명 학술지에서 지난봄에 UNIST 특집을 제안해왔는데 거절했다. THE에 대한 로비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좋은 논문을 많이 써 국내 대학 랭킹 6위를 차지했다”며 뿌듯해했다. 실제 UNIST는 네이처·사이언스·셀에 UNIST 교수가 주저자로 발표한 논문이 올해 9편으로 서울대(12편)에 이어 2위이고 KAIST(7편)보다 많다.



이런 기초연구의 아이디어를 모아 상품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역점 포인트다. 그는 “떠돌아다니는 기초연구를 찾아 혁신해서 상품화해야 한다. 아카데미나 창업 모두 주도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며 “지난 2014년부터 교수 창업이 시작돼 전임교원 310명 중 16%가 창업했는데 창업을 안 하면 손해라는 공감대가 있다. 교수들이 창업을 많이 하면 대학원생들이 많이 자극을 받는다”고 전했다. 현재 UNIST의 창업기업(112개)은 절반 가까이를 교수가, 나머지는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만들었다.

‘국내 교수 중 나스닥에 상장해 대학 창업의 롤모델이 나왔으면 한다’는 기자의 지적에는 “좋은 생각이다. UNIST가 그렇게 하도록 나서겠다”며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그러면서 대학의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미국 UC버클리와 UC샌디에이고, 스위스 바젤대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공동연구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KAIST는 교수가 창업하면 2년간 월급을 보장하는데 UNIST는 5년을 보장해 대학과 회사 양쪽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UNIST는 KAIST보다 연간 한 과목 더 많은 3과목을 강의해야 하는데 앞으로 은퇴 교수를 활용해 KAIST 수준으로 맞출 방침”이라고 했다. 유능한 은퇴 교수를 시간제 초빙교수로 임명해 온라인 위주로 강의하되 가끔 대면강의를 통해 경험을 풀어놓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UNIST에서는 박종화 교수가 창업한 게놈 기반 정밀진단 기업인 클리노믹스가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이 회사는 4대 과학기술원이 공동 출자한 ‘미래과학기술지주’의 1호 투자기업으로 UNIST에 지분 5%를 기부했다. 김건호 교수는 황변에 따른 실명 위험을 막기 위해 마취주사를 놓을 때 급속냉각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기술로 창업(리센스메디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승인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정범 교수는 척수신경 재생 치료기기 기술로 창업(슈파인세라퓨틱스)해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대병원·울산산재전문공공병원(2025년 개원)과 함께 재활, 직업병 예측 등을 위한 스마트헬스케어센터도 내년에 열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그린뉴딜을 위해서도 조재필·백종범·석상일 교수 등이 2차전지·태양광·수소 등에 뛰어난 연구역량을 보이고 있다. 이 중 2차전지에서 조 교수가 리튬이온전지 등 양극 소재 기업(에스엠랩)을 창업해 6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 대학 인근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백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물 분해 촉매를 개발해 창업(루시투엔)하는 등 수소생산기에서 세계 1등으로 꼽히며 그린수소실증연구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이 총장은 “UNIST가 올해 강소연구개발특구로도 지정돼 기초연구에서 산업화까지 더 좋은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며 “그린뉴딜 등 친환경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2050년 탄소중립선언’을 발표했는데 1인당 세계 최저 오염배출이라든지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UNIST의 창업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와 민간의 투자와 연구개발(R&D) 자금을 2,300억원가량 받았고 현재 기업가치가 약 3,850억원에 달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16개사가 선정됐다. 이 총장은 “대학이 발전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며 “2013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젊은 대학으로 4대 과기원 중 제일 적은 연 800억원 정도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는데 대학 창업기업들이나 산학협력을 하는 기업들이 기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UNIST는 울주군으로부터 10년간 500억원을 받는 프로그램이 지난해 종료된 데 이어 울산시한테 10년간 1,500억원을 지원받는 것도 내년에 끝난다.

UNIST는 내년 1월 ‘울산 AI혁신파크’를 열어 올가을 개원한 AI대학원과 함께 산학협력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 총장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기계·자동차·조선·석유화학 부품업체 등 300여곳이 스마트팩토리 쪽으로 많이 움직이고 있다”며 “AI혁신파크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컨설팅과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수소와 2차전지 등 미래 에너지, 반도체 소재 부품, 원전 해체 등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혁신파크의 실무교육은 기업이 생산라인의 데이터를 갖고 오면 교수와 조교가 붙어 문제를 발굴하고 풀 수 있도록 조언하는 개념으로 기존 AI 교육과는 상당히 차별화된다. 이는 이 총장이 KAIST 교수 시절 SK하이닉스와 진행했던 방식이다.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협조를 얻어 성남에 산학연구센터를 운영해본 경험도 있다.

그는 “미국 대학이 재미있는 게 펜실베이니아주의 카네기멜런대가 실리콘밸리에, 뉴욕주 북부의 코넬대가 맨해튼에 분교를 두는 등 기업이 있는 곳으로 대학이 간다”며 “울산에는 정말 많은 기업이 있는데 이들이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하며 상생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러면서 울산에는 현대중공업에서 초정밀용접 장인이라든지 많은 고경력 은퇴 엔지니어가 있는데 이들과 다른 기업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하겠다고 했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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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서울 △서울대 전기공학과 학사·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박사 △1984~1989년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 조교수 △1989~2019년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2001~2004년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장 △2005~2011년 KAIST 공과대학(정보과학기술대학) 학장 △2011~2013년 KAIST 교학부총장 △2018~2019년 KAIST 성남-KAIST 차세대ICT연구센터장 △2014~2016년 한국연구재단 이사 △2019년~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2019년~ UNIST 총장 △2020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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