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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살았건만, 나 잘 살고 있는거니?”

12월 3일 개막 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

국립극단 신작 발굴 프로젝트 공연화 작품

김수영 詩로 담아낸 586세대의 딜레마로

이상·현실 괴리서 고뇌하는 인간 보편 그려





“아저씨 그 올바르고 올바른 말이 누구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했다고요.”

“꿈은 혼자 곱게 잘 간직하시고, 먹고 살기도 벅찬 사람들한테 강요하지 마세요.”

20대 청년의 비아냥이 시민단체 부대표로 일하는 50대 형진의 마음에 비수로 꽂힌다. 형진은 사회 운동으로 대학 시절을 보낸 이른바 586세대다. 586은 ‘민주화 세대’, ‘신자유주의 가치관을 받아들인 첫 세대’, 강남의 사교육 시장을 석권하며 학생들에게 무한 경쟁의 논리를 전파한 세대 등 그 얼굴이 다양하다.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줄타기하며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온, 현대 사회 인간 보편의 상징과도 같다.

형진 역시 한때는 사회 운동으로 대학 시절을 보냈지만, 2020년 대한민국 사회에선 고리타분한 기성세대다. 대학 동기 윤기의 기일을 맞아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 된 그는 사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부딪치는 자신을 자책하며 읊조린다. “그 얘기 알지? 2차 세계 대전 때 태평양 무슨 섬엔가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노인이 될 때까지 낡아빠진 총 한 자루 쥐고 혼자 전쟁 중이었던 사람. 그게 나 같아.” 애쓰고 살았음에도 이루어놓은 것이 없어 괴로워하는 형진에게 죽은 윤기가 찾아와 김수영의 시를 읊어준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오는 12월 3~20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희곡우체통 극작가전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를 선보인다.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지켜온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국립극단 신작 개발 사업의 일환인 ‘희곡우체통’에 2019년 초청작으로 선정돼 ‘사랑의 변주곡’이라는 원제로 낭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유혜율 작가의 희곡 데뷔작이기도 한 이번 작품은 김수영 시인의 언어를 빌어 현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에 대해 깊은 통찰을 담았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여전히 이 사회에 유용한 존재인지 고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내밀하게 그려내며 ‘우리는 지금 잘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율구’, ‘괴벨스 극장’ 등 사회 전반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 온 이은준이 연출을 맡아 묵직한 울림을 주는 공연으로 무대 위에 구현했다.

이름 없이 사그라진 친구의 죽음, 생활의 뒤편에 묻어버린 아내의 꿈, 그리고 한때는 거창했던 ‘나’의 신념.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버릴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다수의 관객에게 작가는 김수영의 시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담담하고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 작품 전반을 흐르는 김수영의 시는 명상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유려한 움직임을 만나 마치 춤을 추듯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 두기 객석제’로 운영하며 추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변동에 따라 추가 좌석 예매가 진행될 수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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