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달라졌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칼군무가 강점인 이들이 마이크 하나만을 의지한 채 무대에 섰다. 처음 보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에 전 세계 팬들이 환호했다.
지난 20일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BE (Deluxe Edition)’는 일기장의 한 페이지 같은 앨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가 무력감을 느끼는 지금, 방탄소년단이 경험한 불안함과 그럼에도 이겨내야 한다는 감정을 담았다.
매 앨범마다 스토리텔링이 확실한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에서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솔직한 감정과 생각, 나아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우리’라는 존재에 집중했다. 앨범명 ‘BE’ 역시 ‘~이다’ ‘존재하다’라는 뜻으로 형태를 규정짓지 않고 열린 의미를 가진 단어를 사용해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방탄소년단을 그렸다. ‘학교’, ‘화양연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등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세계관을 선보였던 것과는 다른 형태다.
작업 참여도도 훨씬 더 높였다. 직접 자작곡을 수록하는 등 이전에도 앨범 작업에 많은 참여를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분야별로 PM(Project Manager)를 정해 기획 단계부터 콘셉트, 구성, 뮤직비디오, 비주얼 작업 등에 적극 동참하며 방탄소년단만의 감성을 한껏 녹여냈다.
이번 앨범의 주제를 관통하는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상황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난 8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전 세계에 위로를 전했던 이들은 또 한 번 같은 주제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다이너마이트’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감성적인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위로 낮게 깔리는 이들의 중저음 목소리는 깊은 여운을 준다. 진솔한 가사는 서정적인 모습을 강조한다.
멤버 정국이 감독으로 나선 ‘라이프 고즈 온’ 뮤직비디오 또한 이전의 방탄소년단의 모습과 대비된다.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과는 다르게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평범한 20대의 모습에서 시작해 방 안에 모여 차분하게 노래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도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과거 대형 스타디움에서 공연했던 모습과 관객 없는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지금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멈춰버린 현재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렇게 힘을 쫙 빼고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난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는 다시 한번 통했다. 새 앨범 ‘BE (Deluxe Edition)’는 21일(오전 8시까지 기준)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 전 세계 90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 역시 전 세계 90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여전한 위상을 과시했다.
뮤직비디오 역시 2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했다. 22일 오후 5시 48분경 유튜브 조회수 1억 건을 넘어서면서, 방탄소년단은 통산 27번째 억뷰 뮤직비디오를 보유하게 됨과 동시에 한국 가수 최다 기록을 자체 경신하게 됐다.
아울러 23일 열린 ‘2020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2020 American Music Awards)’에서 방탄소년단이 ‘라이프 고즈 온’ 무대로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이 열렸던 잠실 주경기장에서 무대를 꾸민 이들은 흰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맞춰 입고 등장했다. 텅 빈 관객석 앞에서 퍼포먼스 없이 나란히 서서 서로의 눈을 맞추며 담담하게 노래했고, 이어 관객석이 보랏빛으로 물들며 감동을 더했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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