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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잘못 끼운 '현금살포'...자판기 뽑듯 이어질 판 [3차 재난지원금 불지피는 정치권]

재난지원금 효과 불확실한데 잇단 추경으로 나랏빚만 악화

與野는 선거 앞두고 票퓰리즘 빠져...지급 대상 논란도 여전

주호영(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3조6,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권욱기자




국민의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재정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 지원의 경제 효과가 불확실한데다 올 들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나라 살림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마다 재난지원금을 살포할 것이냐”며 잇따른 정치권의 ‘땜질 지원’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등 ‘빅이벤트’를 앞둔 정치권은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두지 않은 ‘묻지 마 재정확대’를 기반으로 민심 얻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나랏빚 2년 뒤에는 1,000조 넘는데

24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올 들어 네 차례 추경으로 국가 채무는 846조9,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본예산 기준 대비 41조7,000억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 또한 43.9%로 본예산 대비 4.1%포인트 급증했다. 정부의 실질적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 재정 수지 적자 규모는 118조6,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나라 살림은 악화 일로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가 채무는 계속 증가해 오는 2022년 1,000조원을 넘어 2024년에는 1,334조5,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채무 비율 또한 58.6%까지 치솟는다.

문제는 이 같은 수치도 3차 재난지원금 살포 등의 가능성을 배제한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3조6,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이 전액 국채 발행으로 조달될 경우 국가 채무 비율은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내년에도 꺾이지 않을 경우 재난지원금 살포 요구가 매번 제기될 수 있어 나라 살림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금 1조, GDP 2,000억 증가에 그쳐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제기된다. 지난 8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부의 이전 지출 재정 승수는 0.2~0.33에 불과해 정부 소비(0.85~0.91), 정부투자(0.64~0.86) 등과 비교해 크게 낮다. 다시 말해 정부가 이전 지출 형태로 1조원가량의 재정을 투입하면 GDP는 2,000억~3,300억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측은 4년 전 재정 승수를 추산한 보고서에서도 “정부 이전 지출의 승수가 낮은 것은 단순 소비 가계가 정부 이전 지출 확대로 소비가 늘면 노동 공급을 축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재정 악화는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정부는 고소득자 소득 세율 상한을 최고 49.5%(지방세 포함)로 상향하는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며,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은 아파트 가격 상승 및 세율 변경 등으로 이미 ‘세금 폭탄’ 수준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늘려 민간투자와 소비를 위축할 경우 경제성장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으며 잠재 성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재난지원금만 하더라도 관련 지원이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지 의문인데다가 매번 지원금 형태로 이들을 지원할 경우 재정 악화 속도가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성장동력은 생각도 안해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낙관적 예측을 기반으로 재난지원금 카드를 성급하게 꺼내 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14조3,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2차 재난지원금으로는 7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연내 종식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여론이 많았다. 한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지금의 3차 재난지원금 논쟁으로 이어진 모습”이라며 “내년 재보궐 선거와 내후년 대통령 선거 일정까지 감안하면 이 같은 재정 살포 움직임이 바뀌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향후 코로나19 이외에 또 다른 경기 하방 요인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방어할 재정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난지원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기준’도 문제다. 1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4월 총선을 앞두고 배포 기준이 소득 하위 ‘국민 50% 대상’에서 70%와 100%로 높아지며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2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한 타당성이 문제시된 데 이어 유흥주점 등은 지원금 대상에서 배제돼 일부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원금 대상자 선정을 위한 행정적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의 주도권은 현재 야권이 쥐는 모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내년 1월 추가경정예산이 거론될 것 같으면 정부 신뢰도 차원에서도 본예산 통과 전에 예산상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한 24일 내년도 예산안에 3차 재난지원금을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선별지원을 전제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여권은 야당의 ‘재난지원금 공세’에 난감해 하는 눈치다.

다만 내년 본예산에 재난지원금을 위한 예산을 집어넣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헌법 제54조는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은 만큼 해당 시한인 12월 2일까지 열흘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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