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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가 찜한 장난감, 장난 아니네!…쑥쑥 크는 키덜트시장 [토요워치]

길이 1m 달하는 '광화문 블록 프로젝트'

블록 개수 4,500개로 기와 등 디테일 살려

레고, 장난감 아닌 하나의 창작 작품으로

산악용 무선조종카는 얕은 계곡 건너기도

프라모델 로봇도 팔·다리 자유자재로 꺾여





RC탱크 동호회 회원들이 야외에서 특수효과 등을 활용해 RC탱크를 조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문규 회원


최근 국내 완구 제조사 옥스포드가 한정판 모델로 길이가 1m 가까이 되는 거대 블록인 ‘광화문 블록 프로젝트’를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와디즈에 내놓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억 8,400만 원이나 몰린 이 프로젝트는 곧바로 ‘완판’됐다.

광화문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개당 35만 원짜리인 이 블록이 사용된 개수만도 4,500개에 이른다. 광화문 정문 천장 그림, 2마리 해태, 궐문을 지키는 4명의 수문장, 2층 구조의 기와 등 최대한 디테일을 살렸다. 회사에서 계산한 조립 시간만 11시간으로 웬만한 성인도 쉽게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난도다.

펀딩에 참여한 성인 회원들은 잇달아 후속작을 기대하고 요청하고 있다. 이번 작품의 펀딩을 한 회원은 “우리나라 문화유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궁 시리즈나 불국사 등을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며 “전통 문화유산 블록을 아이들과 조립하면서 한국의 전통과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키덜트 시장은 기술의 고도화와 대형화, 지식재산화(IP)돼가는 추세에 맞춰 쑥쑥 성장하고 있다.

드론이 대표적이다. 매년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이제 드론은 아이들이 쉽게 가지고 놀 수 없는 ‘장난감’으로 바뀌고 있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 품질도 갈수록 좋아져 드론 촬영 분야는 이제 웬만한 영화용 카메라 수준까지 따라왔다. 단순 드론 촬영뿐 아니라 드론 레이싱 등 새로운 놀이의 장르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전통의 무선조종(RC)카 역시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가격도 낮아져 현재 5만~6만 원 하는 RC카도 최대 속도가 시속 70㎞까지 나올 정도다. 산악용 RC카의 경우 웬만한 산등성이도 넘고 얕은 계곡을 헤엄쳐갈 수도 있다.



키덜트의 대표 격인 프라모델 조립은 한마디로 더 쉬워지고 기능성은 높아졌다. 세종시에서 프라모델 숍을 운영하는 이호연 꾸메문고 대표는 “프라모델 분야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예전에 프라모델 로봇 팔을 굽히는 것은 한 방향밖에 안 됐는데 이제는 접착제 없이도 여러 방향으로 꺾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은 고도화됐는데 조립은 더 쉬워져서 최근 초보 입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장난감의 기능이 고도화된 것만큼이나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도 집 안이나 한적한 야외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제품이 큰 인기를 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키덜트 동호회도 과거 대비 크게 많아졌다.

RC탱크·장갑차 등을 판매하는 박문규 헝롱코리아 대표는 “RC탱크·장갑차의 경우 일반 RC카와 달리 50~60대 중장년층 세대들이 코로나19 이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술·담배가 아닌 조립 취미다 보니 가족들도 지지를 많이 해주는 편이라 더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RC탱크는 밖에서도 운행을 하며 놀 수 있지만 혼자 집에서 조립을 하거나 도색·정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코로나19 시대에 키덜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가끔 동호회 사람들과 야외로 나가 소형 폭죽 등을 활용해 야전 탱크 전투와 같은 연출 놀이도 가능하다.

올해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다이남코코리아 프라모델 & 피규어 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키덜트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익 ‘키덜트!’ 회장은 “코로나19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통 한 달에 5명가량이 동호회에 새로 들어왔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한 달에 10명 이상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우리 모임은 3개월간 활동이 없으면 제명되는데 회원 수가 지난해 30명에서 올해 1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동호회는 프라모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키덜트 모임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회원들이 만든 ‘작품’ 덕분이다. 김 회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낮을 때는 만나서 프라모델 조립도 함께한다”며 “하지만 확진자가 많이 나와 모일 수 없을 때는 집에서 혼자 만든 프라모델을 온라인에 올려 회원들끼리 다양한 평가를 하는 등 비대면 활동이 가능해 모임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가 레고 블록으로 만든 경기도 평택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 1라인. 1만5000개 블록으로 공조 시스템, 반도체 설비, 웨이퍼 등 내부 모습을 세밀하게 구현했다. /사진제공=하비앤토이


또 다른 인기 키덜트 장난감인 레고도 최근 들어 성인용 제품을 늘리고 있다. 해외 유명 건축물, 고급 차량 등 디테일을 강화한 레고 블록이 대표적이다. 이 덕분에 단순 조립이 아닌 레고를 하나의 창작 작품으로 생각하고 블록 놀이를 하는 성인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최초 ‘레고 공인 작가’인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는 “전국 각 레고 동호회에서 레고 창작 문화가 확산되면서 레고 작품 전시회를 하는 경우도 부쩍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덜트 인구가 늘어나자 투자 대상으로 장난감도 등장하고 있다. 1992년 출시된 레고 비룡성 시리즈의 경우 당시 가격은 7만 원이었는데 제품이 단종되며 한때 2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레고 밀레니엄팔콘(2007년)도 출시 당시 가격은 55만 원이었지만 단종 효과로 800만 원까지 호가가 오르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과거 레고 등 인기 장난감을 통한 재테크가 유행이었다”며 “하지만 레고 본사에서 제품을 단종하지 않고 생산을 더 늘려 최근에는 단종 제품 거래가 많이 감소해 거품이 꺼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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