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연말까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확산세가 더 커지자 자영업자들이 내놓는 가게 매물이 크게 늘었다. 네이버 최대 자영업 커뮤니티에선 11월 들어 올해 가장 많은 매물이 등록되는 등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눈물의 손절’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네이버의 자영업 관련 커뮤니티 ‘아프니까사장이다’ 점포 매물 장터에는 이날 현재 1,650건의 자영업 점포 매물이 올라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0%나 증가한 기록이다. 월별 기준으로 올해 최다 매물 건수다. 직전 10월 대비로 봐도 61% 증가했다. 수도권은 19일 부터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됐는데 이때부터는 1시간에 평균 2개씩 매물이 등록되는 등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매물 장터에서 자영업 점포 매물이 이처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확진자가 폭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즉각 시장에 점포를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자영업자 매물 숫자가 가장 많았는데 이 당시는 광화문 집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가 본격화된 때였다. 8월 자영업자 매물 건수는 11월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1,360여건을 기록했다. 이후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9월엔 매물이 678개로 크게 감소했지만 10월 들어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매물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저녁 장사의 경우 만성적인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65만 자영업자에게 매출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저녁 장사가 주된 매출원인 술집, 숙박, 유흥업종 등의 경우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20~30% 가량 빠졌다. 당시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금보다 완화된 상황이라 저녁 장사가 가능했는데도 매출이 좀처럼 올라오지 못했다. 현재는 식당, 술집 등은 오후 9시 이후엔 영업 자체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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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덕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 A씨는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려고 했지만 앞으로 확진자가 1,000명이나 나온다는 발표를 보면서 더 이상 가망이 없어 싸게라도 점포를 양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매물이 증가하면서 권리금, 임대료 등 가격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서울 주요 학원 상권에서 밀크티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권리금, 인테리어 등 4억원을 들여 지난해 매장을 열었는데 지난 9월 1억원만 받고 매장을 양도했다. 이 거래를 잘 아는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수자는 화교로 내년께 양갈비 가게를 열기 위해 저렴한 매물을 알아보다 이 가게를 싸게 사들였다”고 말했다.
대구 최대 번화가 동성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 역시 “코로나19 이후 가게를 내놨는데 잠재 매수자들이 식당을 보기만 하지 거래가 실제로 안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지자 권리금을 안받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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