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산과 한진(002320)그룹 등 기업발 구조 조정 거래를 제외하면 5,000억 원 규모 이상의 대형 거래는 찾기 힘들었다. 이런 위축된 환경 속에서도 토종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산업 재편 과정에 참여하고 M&A 거래를 성사시키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펀드 결성 작업에 집중하며 숨 고르기를 하던 대형 운용사들도 내년에는 투자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PEF 운용사의 M&A 거래 중 한앤컴퍼니의 대한항공(003490)의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부 인수 규모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8월 해당 지분 80%를 1조 원에 인수했다. 이 거래는 올 연말 주식시장을 달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의 주춧돌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한진그룹은 한앤컴퍼니의 투자로 조 원 단위 자구안을 성사시키며 채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자구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산업은행의 지원 아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메가 딜까지 성사시켰다. 한앤컴퍼니의 이번 투자는 한진그룹뿐 아니라 유동성 위기에 갇힌 항공 산업을 재편하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앤컴퍼니가 항공 산업 재편의 계기를 마련했다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침체된 M&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IMM PE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성사시킨 투자·회수 건만 집계해도 10여 건에 달한다. IMM PE와 비슷한 규모의 대형 운용사가 올해 성사시킨 투자·회수 건이 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IMM PE는 하나투어(039130)와 한국콜마(161890) 제약사업·위탁생산 사업(CMO)을 인수했고 신한금융지주 지분에 1,000억 원 규모를 추가 투자했다. 2호 블라인드펀드의 오랜 ‘숙제’였던 할리스커피는 KG그룹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고 같은 펀드 자금이 들어간 대한전선(001440)도 연말 본격적인 회수 작업에 돌입한다. 3호 펀드를 통해 투자한 더블유컨셉 역시 10월 투자 3년 만에 매물로 내놨다. 내년에는 메자닌 전용 펀드를 운용하는 자회사 ICS(IMM Credit Solution) 설립을 추진 중이어서 IMM PE의 활동 반경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구조 조정에 들어간 두산그룹의 핵심 자산인 두산솔루스(336370)를 인수했다. 두산그룹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마련한 3조 원 규모 자구안 일환으로 두산솔루스를 시장에 내놓은 바 있다. 올해 쥬비스 투자에 성공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전자의무기록(EMR) 유비케어의 매각을 완료해 투자금 대비 두 배에 이르는 수익을 냈다.
사모펀드의 활약은 내년이 더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실탄이 넉넉하다. 올 초 5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마친 MBK파트너스는 조 원 단위 딜이 언제든 가능하다. 신규 조성한 펀드 규모는 무려 65억 달러(약 8조 원)로 아직 국내에서는 소진 이력이 없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매각전에서 중도 하차했고 현재 새로운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은 운용사들 역시 내년 M&A 시장의 주요한 플레이어로 등장할 전망이다. 8,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중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노란우산공제회로부터 각각 600억 원 규모의 출자금을 추가로 받았다. JKL파트너스 역시 군인공제회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며 8,000억 원 규모 펀드 조성 작업을 순탄히 진행하고 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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