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700 선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적 부진으로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린 중소형 상장사들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19면
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62%(44.51포인트) 떨어진 2,700.93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이날 6거래일 만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23일 사상 첫 종가 기준으로 2,600 선에 도달한 뒤 연일 신고가 행진을 펼치면서 2,700대까지 올라왔다. 증시가 연말 랠리로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98곳(금융업 제외)의 지난 3·4분기(연결 기준) 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기준 상위 50개 기업의 순이익은 19조 9,799억 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전체 순이익의 76.42%를 차지했다. 지난해 3·4분기 ‘톱 50’ 기업의 순이익이 전체의 72.06%(12조 5,687억 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대기업의 실적 기여도가 4.36%포인트 증가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 온도 차도 뚜렷했다. 3·4분기 코스닥 매출 상위 50개 기업의 순이익 비중은 지난해 36.55%에서 올해에는 50.39%로 확대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확대 속에 한계 기업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 속에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올해 5,033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던 지난해(3,475개)보다 44.8% 급증한 수치다. 실제로 올 들어 ‘상장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한 기업도 54곳으로 지난해(41건)보다 30% 이상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비용 문제 등으로 중소기업의 (재무 환경이) 악화된 상태였는데 코로나19가 이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앞으로 기업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수 있으며 한계 기업은 늘지만 정책 지원에 힘입어 퇴출은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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