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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품종 소량생산' 영세 화학기업은 '발등의 불'

■ 전방위 규제에 벼랑 끝 기업들

<중> 기업 부담 가중시키는 화관법·화평법

수십 종 분석검사·등록만 최소 1억

300곳중 39% "검사 1년 더 유예"

도금조합 회원사 절반 적자 상태

등록 필요없는 해외수출로 눈돌려





경기도에 있는 염료 중소기업 A사가 취급하는 제품은 100여종이다. 제품을 만드는 원료까지 합치면 500여종의 화학물질을 다룬다. A사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내년 말까지 1,000톤 이상 사용되는 유해정보 등록 물질 적용은 피했지만, 2027년까지 500여종(10~100톤 기준)을 전부 등록을 해야 한다. A사 대표는 “정부에 데이터 없는 물질을 수십개 평가기준 맞춰 분석하려면 1억~2억원이 든다”며 “도저히 감당이 안돼 일부 물질은 생산을 중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년 등록 기준에 걸리는 물질을 생산하거나 유통한 기업 중에서는 비용 감당이 안돼 폐업을 고려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움직임은 화관법 시행 시기에 맞춰 대상 물질이 늘수록 더 빨라질 수 있다. A사 대표는 “납품처에 등록비용만큼 단가인상을 요구해야 하는데, 납품처도 대부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벌써 국내 생산을 접고 등록이 필요없는 해외로만 수출하려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도금(표면처리), 염색, 주조, 염료안료 중소기업은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시한폭탄과도 같다. 대기업처럼 전문적으로 화학규제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영세기업부터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화학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화학물질 취급시설 정기검사를 골자로 한 화관법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80.3%는 ‘정기검사를 유예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중 중소기업 39%는 올해 말까지 연장된 정기검사 시행을 1년 더 추가 유예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인 화학기업은 그동안 화평법과 화관법이 비용을 눈덩이처럼 불릴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들 기업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까지 겪으면서 체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당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87%가 올해 1~8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하락했다. 261곳의 평균 하락폭은 36%로, 60% 이상 급감한 기업도 11%에 달했다. 경영이 힘들어지자, 45%가 직원을 줄였는데 평균 감축 인원은 7.4명이다. 작년 90%대였던 공장가동률도 63%로 정상 가동률 80%를 밑돌았다.

이들은 4,000만원에 육박하는 설비투자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 탓에 화관법을 지키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경기 안산 반월단지 내 한 도금기업협동조합은 회원사 60여곳 가운데 절반 가량이 매출 감소나 적자 상태다. 대부분 근로자 10~13명 규모의 영세업체다. 이 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 19 사태가 내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폐업을 걱정하는 업체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몇천만원 설비 비용도 너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화평법과 화관법이 정작 필요한 물질의 국내 생산을 끊거나 일부 업체의 독점화를 낳는 기형적인 화학 산업을 낳을 수 있다고까지 우려한다. A사 대표는 “대기업은 전문인력으로 최대한 비용을 아끼고, 중소기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기업들은 독점할 수 있는 물질을 선별하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써오던 화학물질도 크게 줄어 향후 납품처의 수급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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