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품에 안긴 푸르덴셜생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 ‘3저(低)’에 따른 생명보험 업황 악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KB생명과의 합병을 앞두고 인력 중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최근 NH농협은행·SC제일은행·부산은행 등 은행권이 비대면 시대를 맞아 연말 강도 높은 희망퇴직에 나서며 조직 슬림화 작업에 한창인 가운데 보험 업계도 푸르덴셜생명을 시작으로 인력 구조 조정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은 오는 16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 대상은 1976년 이전 출생(44세 이상) 이 혹은 근속 20년 이상 직원으로 수석급 이상의 직원들이 대상이다. 희망퇴직자는 근속 연수 등에 따라 기본급 27~36개월치를 지급받으며 기타 생활 안정 자금을 별도로 받게 된다.
30년 전 미국계 생보사로 국내에 진출해 올 상반기 KB금융에 매각되기 전까지 푸르덴셜생명은 희망퇴직 등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적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 임직원 수는 약 500명, 대형 생보사 대비 적은 인력과 자본 규모에도 업계 최고 수준의 경영 효율성과 건전성을 유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던 만큼 구조 조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제로 금리에 진입한데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업황 악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자본 규제 강화 흐름 속에 비용 감축 압박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KB생명과의 합병 전까지 중복 인력 해소도 시급한 과제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의 그룹 내 안착을 위해 선(先) 통합-후(後) 합병, 이른바 PMI(Post Merge Integration) 전략을 세우고 당분간 듀얼 생보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판매 채널 협력 등 인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당장 내년부터 생보사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실제로 푸르덴셜생명의 희망퇴직 신청 접수에 앞서 KB생명이 만 46세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인데다 시중은행 수준의 파격적인 보상이 더해지면서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았던 롯데손해보험이 희망퇴직 등을 통해 1년 만에 400여 명의 인력을 구조 조정했고 올 상반기 한화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실시한 희망퇴직을 통해 각각 150명, 7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나는 등 올 들어서만 4~5곳의 보험사가 인력 감축에 나섰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에도 달러 보험 판매 호조 등으로 나름 선방한 실적을 냈지만 최근의 업황 악화 추세를 감안하면 비용 감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