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꿈의 대화(dreambeliever)’를 입력해 클릭했더니 순식간에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앞에 도착한다. 초록색 화살표를 클릭할 때마다 발걸음을 옮기듯 전진하고, 주황색 핀을 누르면 전시장으로 빨려들듯 입장한다. 베를린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 옆에 설치된 원로작가 김홍주의 작품 ‘무제’가 첫인사를 건넨다. 가는 붓을 이용한 세필과 부드러운 색상으로 인물이나 꽃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그의 작품이 도시 풍광과 대구를 이룬다. 시선을 조금 아래로 돌리면 홍범 작가의 설치작품 ‘기억의 잡초’가 보인다. 푸르고 투명한 소재로 제작한 잡초의 이미지가 발전하는 도시상과 겹쳐진다.
그 옆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재해석한 최기창의 ‘피에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창을 마주한 쪽 벽에는 최은혜 작가의 신작 회화들이 다층적 빛을 응축한 신비로운 색감을 내뿜는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봤음직 한 몽환적인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부터 작가가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에서 겪은 이국적 체험까지 어우러져 독특한 화풍을 이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잡지들이 보인다. 잘라낸 잡지에서 나무의 형상만 오려내 세워놓은 이 작품은 작가듀오 로와정의 ‘어딘가의 기념품’. 인간이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지만 숭고한 자연을 인위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이런 식으로 어긋나곤 한다.
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온라인 VR 특별전 ‘꿈의 대화’를 전용 도메인을 통해 최근 개막해 내년 3월 15일까지 개최한다. 그간 주요 외교를 계기로 국가 이미지제고를 위한 전시사업을 펼쳐온 외교부가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겨냥한 신(新)문화공공외교의 일환으로 현대미술 전시를 택한 것.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처음으로 가상현실기술(VR)를 접목했다. 미술전문 에이라운지가 기획을 맡았고 다양한 장르의 한국 미술가 13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2개 층에 마련됐으니, VR전시장 입구에서 어떤 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을 만나게 된다. ‘챕터2’ 전시장 한가운데는 골판지를 재료삼아 작품과 사물, 작품과 좌대의 구분을 없앤 조재영 작가의 조각이 놓였다. 안쪽 테이블 위를 화려하게 뒤덮은 이동욱의 ‘완벽한 결합’은 동양의 오래된 취미활동인 수석과 분재에서 파생된 작품인데, 작가가 오랫동안 수집한 돌과 나뭇가지 등의 조화가 어쩌면 우리의 진짜 미래일지도 모를 ‘낯선 이상향’을 그려낸다.
그 맞은 편에 매달린 구형(球形)의 작품은 작가듀오 뮌의 ‘그린룸’. 가까이 다가가 보면 켜켜이 나뉜 나무 조명틀 안에 손톱 만한 미니어처 사람들이 제각각 자리 잡고 있다. 휴식공간이라는 뜻의 ‘그린룸’을 만끽하는 듯한 이들 작은 군상은 불빛이 만드는 그림자를 통해 관람객과 같은 공간에 공존하게 된다.
손가락 클릭으로 공간 구석구석을 누비는 재미가 있다. 옆으로 난 작은 통로형 전시공간 안쪽에 정연두 작가의 대표작 ‘내 사랑 지니’가 상영 중이다. ‘내 사랑 지니’는 1960년대 미국 TV드라마 제목인데, 작가는 평범한 사람을 만나 그의 꿈을 묻고 사진을 통해 꿈을 실현해주는 방식으로 2001년에 이 작품을 선보였고 그 프로젝트를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코로나시대에 VR로 전시와 문화교류를 가능하게 한 이번 전시의 의도와도 맞아 떨어진다.
이번 전시는 ‘꿈의 대화’ 웹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으며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 SNS 채널 ‘KOREAZ’를 통해서도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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