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부양책과 2021 회계연도 예산안에 전격 서명했다. 연방정부 셧다운(폐쇄)은 피하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가 현금 지급액을 2,000달러로 올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면책 조항 폐지 혹은 수정을 약속했다고 밝혀 상원과 하원이 이를 따를지 주목된다.
27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예산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예산안은 9,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추가 부양책과 1조 4,000억 달러의 2021 회계연도(2020. 10~2021. 9) 연방 정부 예산으로 구성돼 있다.
의회가 통과시킨 안에는 △내년 3월까지 매주 추가 300달러의 실업 급여 지급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 및 배포 약 300억 달러 △항공사 추가 지원 150억 달러 △임대료 지원 250억 달러 등이 담겨 있다. 이외에 교육기관에 82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관심은 당초 600달러로 책정된 현금 지급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것이 조건부 서명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상원이 지급액을 2,000달러로 높이는 표결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보호해주는 (통신품위법) 230조가 검토된 뒤 폐지되거나 크게 고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회에 불필요한 지원 항목을 없애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금으로서는 버티던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29일)을 앞두고 예산안에 서명한 만큼 의회와 어느 정도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달러와 국방수권법(NDAA)에서 빠진 면책 조항 폐지를 마지노선으로 내걸었다.
반면 의회는 시간이 없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셧다운은 부담스럽다. 특히 민주당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으면서 거부권마저 사용하지 않을 경우 예산안이 자동 폐기돼 정권 초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과 타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공화당은 공식적으로 현금 지급액 인상에 반대해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예산안 서명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2,000달러 부분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한 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하원과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NDAA를 각각 28일과 29일 재의결할 예정이다. 하원은 28일 현금 지급액 상향 안도 처리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항목의 예산 삭감은 민주당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회의 재의결 과정에서 최종 예산안 규모가 의회 안과 달라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추가 부양책이 가팔라지는 경기 둔화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직후 추가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번에 예산안 서명이 늦어지면서 추가 실업 급여도 1주일 정도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뉴욕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환자 증가 폭 둔화에도 미 전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급증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는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900만 572명으로 1,900만 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6일 만에 10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누적 사망자 수도 33만 2,145명에 달한다. CNN은 이달 들어 26일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6만 3,000여 명이며 이는 사태 확산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라고 보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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