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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스루 개발한 고려기연, 이번엔 병상해결 묘안 냈다

방호복 필요없는 독립된 치료실

대구 세강병원과 개발·특허출원

"병상·의료진 부족 해소에 도움"

고려기연과 대구 세강병원 관계자가 언택트 세이프 클리닉 안에서 진료를 시연하고 있다. / 사진제공=고려기연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당시 검진부스인 ‘양방향 워크 스루’가 등장하자, 국내 의료현장뿐만 아니라 해외 50여개국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워크 스루는 분리된 공간에서 장갑을 끼고 실험하는 글로브 박스를 적용했다. 감염위험을 낮추는 음압부스 안에서 검사자가 코로나19를 검사하도록 해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이 덕분에 검사 속도를 높였고 의료진 안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장비를 개발한 고려기연이 이번엔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냈다. 이원태(사진) 고려기연 대표는 31일 서울경제를 만나 “의료진과 환자 접촉 없이 중증·응급치료가 가능한 장비”라며 “병상과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기연이 대구 세강병원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언택트 세이프 클리닉’은 독립된 공간의 치료실이다. 가로와 세로, 높이는 각각 3m, 6m, 3m로 설치 장소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세이프 클리닉은 환자가 있는 음압챔버(무균실)로 의료진이 손을 넣어 치료를 하기 때문에 워크 스루처럼 의료진이 가장 힘들어하는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한 자동 소독 작업과 의료 폐기물 처리도 가능하다. 의료 현장의 업무효율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세강병원은 이 시설을 도입해 진료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주사부터 바이탈 측정까지 대부분 진료가 가능해 일선 의료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3주에 최대 10대까지 제작해 현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태 고려기연 대표




1985년 설립된 고려기연은 글로브 박스를 처음으로 국산화한 업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방역업체로 변신했다. 이 대표는 “글로브 박스 기술이 코로나19 검사 현장에서 중요하게 쓰이게 될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민이 빨리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장비들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고려기연은 K방역의 대표 기업이 됐다. 워크 스루는 표준화와 특허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진단 키트에서 백신으로 이어지는 방역 변화로 인해 진단분야에 치중한 고려기연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유럽 공항에 워크 스루를 도입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고려기연은 올해 수출 실적이 30% 줄면서 매출액이 약 150억원에 머물렀다. 글로브 박스,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장비 등 기존 수출 물량이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해서다. 최근 방역업체들은 마스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마스크 생산업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워크 스루와 세이프 클리닉을 개발하는 데 20억원 넘게 투자했다”며 “각개전투의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정부와 국민의 관심사가 백신으로만 쏠려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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