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사당을 사랑합니다. 정말 마음이 아팠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이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7일 오전 1시(현지 시각)께 미국 워싱턴DC 의사당 건물 내부의 원형 홀에서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쓰레기를 주워담고 있었다. 이번에 연방 하원에 처음 입성한 한국계 앤디 김(39·뉴저지) 의원이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묵묵히 쓰레기를 주워담는 그의 모습은 ‘미국 민주주의 치욕’의 현장으로 각인된 의사당에서 아직 미국 정치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최종 승리 확정 절차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온 민주당 소속 김 의원은 각종 물병과 도널드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깃발, 미국 국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전날 오후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인증을 막기 위해 난입하며 의사당 내부가 만신창이가 된 직후다.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를 본 그는 마침 의사당 경호 인력 몇 명이 피자 박스를 쓰레기 봉투에 넣으며 청소하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도 봉투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보이는 대로 쓸어 담았다. 김 의원은 “단지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뿐이다. 고조된 애국심을 느꼈다”며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랑하는 어떤 것이 망가진 것을 봤을 때 고치고 싶을 것”이라며 “이 건물은 특별하고, 특히 원형 홀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동료 의원 톰 맬리나우스키는 처음에는 그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는 “새벽 1시로 기억되는데, 경호 요원 2명이 있었고 뭔가를 치우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을 봤는데 김 의원이었다”며 “그는 조용히 잔해를 쓰레기 봉투에 넣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청중을 위해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면서 “긴 밤 속에 가장 가슴이 저미는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도 김 의원을 “뉴저지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전날 시위대는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 연합기를 의회 안에서 흔들기도 했다. 김 의원은 “너무나 가슴 아픈 날이었다”며 “우리가 서로를 다 같은 미국인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계 이민 2세로 중동 전문가인 김 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오바마 키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년 전 하원에 처음 입성할 때 바이든 당선인은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지원했을 정도다. 지난 2013~2015년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의회에 입성한 뒤로는 군사위원회에 소속됐고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감독하는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활약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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