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오키나와현에서 치러진 올해 첫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예상외로 패배하며 비상이 걸렸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의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시장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추천한 시모지 도시히코(75) 현 시장이 입헌민주·공산·사민당 등 야권이 공동 지원한 사기미 가즈유키(71) 전 오키나와현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번 선거는 야권 지지세가 강한 오키나와현 기초단체장 선거였지만 일본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내년 가을로 예정돼 있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를 앞두고 오키나와 지방정부 탈환을 노리는 자민당이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추천 후보에 대한 총력 지원 태세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내년의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오키나와 후텐마에 있는 미군 비행장을 같은 오키나와 내의 헤노코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는 다마키 데니 현 지사를 꺾을 후보를 내세운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18일 개원한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간 다마키 지사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런 배경에서 자민당 총재인 스가 총리는 비서를 보내 시모지 후보를 지원했고, 자민당도 선거 운동을 도울 본부 직원 2명을 현지에 파견해 대응했지만 패배를 면치 못했다.
오키나와현 전체로는 야권 지지세가 강하지만 미야코지마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면서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환경 때문에 유권자들의 보수성향이 강해 자민당 지지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민당의 투표 전 정세 조사에서도 연립여당이 추천한 시모지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예측됐지만 민심의 실제 선택은 다르게 나왔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주요 언론사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난 스가 내각에 대한 일선 유권자들의 부정적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정권이 미야코지마 시장 선거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며 자민당이 향후 선거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전직 각료 말을 인용해 스가 총리의 오키나와 정책이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내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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