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참상을 기록한 책 ‘우한 일기’의 저자 팡팡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누구도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4일(현지 시간) 팡팡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책임져야 하는 이들 중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후회하거나 사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기준 인구 1,100만 명인 우한의 코로나19 누적사망자는 3,869명으로 집계됐다.
팡팡은 지난해 1월 23일부터 두 달 넘게 봉쇄된 우한의 참상을 폭로한 ‘우한일기’를 소셜미디어에 게재했으며, 이를 엮은 책은 해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그는 이 때문에 중국에서 역적으로 몰렸다. 관영매체와 일부 누리꾼들은 그가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리고 조국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팡팡은 앞서 1950년대 중국공산당의 토지개혁을 다룬 책 등을 통해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우한일기’로 쏟아진 비판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후베이대학 문학원의 량옌핑 교수는 ‘우한일기’를 두둔했다가 해고됐고 공산당 당적도 박탈당했다. 팡팡은 “내 나이 60이 넘었지만 그런 비판은 생전 처음 경험해봤다”면서 “그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할 줄도, 온라인상에서 그런 공격을 당할 줄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 든 가장 큰 감정은 충격이었다”고 돌아봤다.
팡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진실을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저마다 사실적으로 기록을 한다면 우리는 가능한 한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서 “내 기록과 같은 다른 많은 기록이 있다면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팡팡은 또한 이날 홍콩 빈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우한일기’가 연재되자 극좌 세력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됐다”며 “내 조국이 문화혁명 시기로 후퇴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한 토박이인 그는 “봉쇄 기간 도시가 텅 비었다”면서 “내 인생에서 그런 공허함은 처음 봤다. 공포를 안겨주는 공허함이었다”고 돌아봤다. 팡팡은 “‘우한일기’에서 내가 쓴 절망감은 환자들의 절망감이었다”면서 “이전까지 우한의 의료서비스는 양호했고 수준이 높았다. 누구도 아플 때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팡팡과 함께 당시 우한의 참상을 기록했던 여성학자이자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자인 아이샤오밍 전 중산대 교수도 빈과일보에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고통을 기록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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