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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한 사람'에 대한 악플은 정당할까…'김새롬 사건'이 던진 질문

/이미지투데이




방송인 김새롬 씨가 홈쇼핑에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실언을 한 후 숱한 비난이 쏟아져 결국 방송에서 하차까지 한 사건을 두고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악플 문화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소한 실수와 잘못에 대한 비난이 과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이 생기면서다. 전문가들은 악플로 대표되는 사이버 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법적 규제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방송인 김새롬 씨가 지난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사과문(왼쪽 사진)과 김씨의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그알'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발언에 10년 진행 방송 하차까지

발단은 지난 23일 GS홈쇼핑 채널에서 방송을 진행 중이던 김씨가 한 말에서 시작됐다. 그날 방송에서 김씨는 “‘그것이 알고싶다’ 끝났나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동시간대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전국민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에 대한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씨가 바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김씨의 SNS에는 “사람 목숨보다 청소기 한 대가 중요한 무개념 연예인”이라는 등의 비난 댓글이 속출했다. 결국 GS홈쇼핑은 사건 다음 날인 24일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했고 김씨는 10년 가량 진행해 온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후 ‘비난이 과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까지 나서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분노가 가해자가 아닌 타인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작은 실수는 포용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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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으니 비난 받아도 된다'는 심리가 악플로…"비판 능력 잃게 돼 더 위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악플(악성 댓글) 문화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누가 어떤 일로 비난을 받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게 됐다”며 “이 때문에 군중심리가 생기기 쉽고, ‘잘못을 했으니 비난을 받는 게 마땅하다’는 합리화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곽 교수는 “하지만 이런 군중심리에 휩쓸리면 자제력이나 비판 능력을 잃은 채 악플을 달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중독범죄학회보에 지난 2019년 실린 악플 관련 논문을 보면, ‘잘못을 저질렀다면 비방성·모욕성 댓글을 작성해도 괜찮다’는 심리가 뚜렷할수록 악플을 달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큰 문제는 누군가를 향한 비난의 근거가 허위로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악플을 받은 당사자가 겪는 피해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2017년 발생한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모녀가 버스에서 내리려던 중 버스 기사가 문을 닫아 7살 아이만 하차했고 이후 버스 기사가 아이의 어머니에게 욕을 했다’는 글이 올라와 일파만파 퍼졌지만, 서울시의 조사 결과 글의 내용은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당 버스 기사는 이미 극심한 악플에 시달린 후였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 사회가 되면서 사소한 실수를 용납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러한 분위기에 사실 확인이 쉽지 않은 디지털 환경이 더해져 악플이 심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9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서 공개한 성인 1,500명의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률. 2017년 18.8%에서 2018년 24.1%, 2019년 32.5%로 매년 늘었다.


◇'사이버 폭력' 저지르는 성인 증가 추세…"법적 규제·교육 병행해야"

악플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각종 통계로도 나타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성인의 사이버 폭력 가해율은 2017년 18.8%에서 2019년 32.5%로 3년 동안 13.7%p나 늘었다. 악플 문제가 대두되며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연예 뉴스와 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했지만 SNS,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 악플이 자라날 공간은 얼마든지 있는 탓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악플을 신고했을 때 적용되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발생 건수도 2014년 8,880건에서 2019년 16,633건으로 5년 사이 2배 가량 증가했다.

악플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법적 규제와 교육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악플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기에는 피해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며 “너무 심한 내용의 악플을 달거나 여러 차례 악플을 다는 경우에 한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묘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 대표는 “현재 초중고교의 디지털 교육은 코딩, AI 같은 기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악플은 결국 ‘디지털 윤리’의 문제인 만큼 어렸을 때부터 관련 윤리와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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