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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이필성 샌드박스 대표 “‘TV 봤냐’에서 ‘유튜브 봤냐’로…팬심이 세상 움직이는 시대”

초통령 도티의 성장 모습 지켜보며

동영상 플랫폼 시장 잠재력 깨달아

핫한 크리에이터 블랙홀처럼 흡수

구독자 2억 월 조회 수 26억 달해

뒷광고 논란 등 성장통 극복 위해

디지털 콘텐츠 윤리 강령 마련 중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 투자 집중

커머스사업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가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자사 소속 인기 유튜버 ‘도티’ 캐릭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기자




“샌드박스를 창업했던 지난 2015년 당시 유튜브는 비주류 시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TV랑 비교가 되나’ 하고 의심했죠. 하지만 아이들이 유튜버 ‘도티’를 좋아하는 감정의 크기는 ‘번개맨’이나 ‘뽀로로’ 이상이더군요. 결국 제3자의 시각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좋아함의 크기’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유튜버는 레거시 미디어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나는 이게 좋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국내 최대 멀티채널네트워크(MCN)인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수장 이필성 대표를 만났다. 2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초통령’ 유튜버 도티의 절친한 친구이자 MCN의 공동 창업자인 그는 유튜브를 통해 도티를 선보였을 때를 되돌아보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5년 만에 샌드박스를 ‘예비 유니콘’으로 키워낸 그는 인터뷰 내내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강조했다. 일명 ‘팬심(Fan+心·팬의 마음)’이다. 한때 아이돌 가수나 유튜버를 비롯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창작자)에게 열광하는 감정은 쓸모없는 시간 낭비 정도로 치부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엿한 하나의 산업이 됐다. TV·라디오 같은 기성 매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튜브라는 거대 동영상 플랫폼은 팬심을 먹고 성장해 강력한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샌드박스네트워크에는 450여 팀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다. 독보적인 애니메이션이나 개그 콘텐츠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피식대학’ ‘장삐쭈’ ‘총몇명’ ‘과나’ 등 요즘 핫한 크리에이터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풍월량’ ‘김성회의 G식백과’ 같은 게임은 물론이고 이제는 연예인의 반열에 오른 유명 웹툰 작가 ‘침착맨’ ‘주호민’을 비롯해 동물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haha ha’ ‘김메주와 고양이들’ 등이 샌드박스에 속해 있다. 유저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샌드박스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누적 구독자 수는 약 2억 명, 월평균 조회 수는 26억 회, 누적 조회 수는 720억 회에 달한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가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자사 소속 인기 유튜버 ‘도티’ 캐릭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기자


샌드박스의 콘텐츠들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이 대표는 “즐겁게 노는 것”이라고 짚었다. “크리에이터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MCN의 존재 이유”라는 것. 그는 “도티가 유튜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집단인 ‘크루’는 자연 발생적으로 모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 크루들을 잘 케어해주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 샌드박스의 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요즘 디지털 콘텐츠 유통 채널에서 유튜브가 ‘대세’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해 11월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총 622억 분이다. 2위인 카카오톡(265억 분) 사용 시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유튜버를 포함한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들이 창출해내는 시장만 2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는 유튜브가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온 한 해”라며 “예전에는 ‘TV에서 봤는데’라고 했다면 이제 ‘유튜브에서 봤는데’라고 일상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가 이제는 TV나 네이버와 비슷한 위상을 갖게 됐고 세컨더리(2차)가 아닌 프라이머리(1차) 미디어로 올라왔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샌드박스도 유튜브의 성장에 맞춰 한 단계 레벨업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난해 방송과 유튜브를 넘나드는 인플루언서 관리 체계를 갖췄고 광고주에게는 보다 고도화된 콘텐츠·솔루션을 제공했으며 크리에이터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등 회사가 세운 로드맵들을 상당 부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샌드박스는 사업이 급성장하며 지난해 12월 사옥을 서울 강남구 공유 오피스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가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권욱기자


유튜브가 디지털 콘텐츠 유통 채널의 대세로 성장하면서 성장통도 뒤따랐다. 유튜버들이 광고비를 받고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광고임을 숨겼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은 일명 ‘뒷광고’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치적인 갈등과 대립이 정치 유튜버들의 콘텐츠로 발현되기도 했고 장애 정도를 과장한 유튜버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들은 범죄자의 집 앞에 몰려가기도 하는 등 사회·윤리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문제들도 불거졌다. 이 대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유튜브에서 윤리와 규범이 형성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유튜브 자체가 갖고 있는 윤리·경제적 두 갈래 가이드 라인이 상당히 엄격한 편이고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즉각적이기 때문에 창작자들도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해 배워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샌드박스도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이 대표는 “소속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오기는 했지만 특정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이슈와 대응법에 관한 치밀하고 세밀한 가이드라인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샌드박스가 리더십을 갖고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의 윤리 강령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정성이나 상업성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애매모호한 기준과 관련된 실제 케이스들을 바탕으로 가이드 라인을 제작해 대외적으로 공표할 예정이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가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권욱기자


이 대표가 준비하는 샌드박스의 다음 스텝은 뭘까. 샌드박스는 지난해 11월 총 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설립 5년 만에 900억 원의 누적 투자를 끌어 모아 ‘예비 유니콘’으로 꼽힌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높여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이를 통해 이르면 2년 내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현재는 유튜브 수익, 직접 제작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간접광고(PPL) 등 광고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 80%를 차지하고 ‘굿즈(기념품)’ 제작을 비롯한 커머스는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투자금을 바탕으로 커머스 사업을 확대해 매출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콘텐츠 중심의 경영 철학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우선순위는 콘텐츠에 있고 콘텐츠의 가치를 사업적으로 치환하는 과정은 뒤따르는 것일 뿐”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콘텐츠·미디어 자체가 더 많아지고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드박스는 이를 위해 지난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처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강화할 예정이다.

샌드박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콘텐츠계의 ‘넥스트 디즈니’ ‘넥스트 워너브러더스’다. “샌드박스는 콘텐츠 산업의 주인공인 출연자들을 잘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의 ‘백본(척추)’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세계적인 지적재산권(IP)을 제작해 돈을 벌겠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후순위 목표에 가깝다. 샌드박스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고 버티고 서 있어야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20년 전만 해도 미약했던 K팝과 K드라마가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도 10년 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죠. 한국 유튜버들이 글로벌에서 수천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한국 디지털 제작사가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샌드박스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오늘도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He is △1986년 부산 △2005년 부산국제고 졸업 △2011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2011년 구글코리아 제휴사업팀 근무 △2015년 샌드박스네트워크 창업

/오지현 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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