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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홍남기는 왜 전 국민 지원금에 반기를 들었나

여당, 4차 지원금 20조원대 추경 요구

보편·선별 당정 갈등 1차 때와 판박이

집합금지 영업피해 자영업자 지원은 공감

재정 화수분 아닌데 보편 지원은 명분 약해

洪, '지지지지' 부총리 직 걸었나

뒷북경제




2월2일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정부와 협의하겠다”

2월2일 오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2월3일 오전, 이 대표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자고 정부에 거듭 제안한다. 당정에서 맞춤형과 전 국민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길 바란다”

2월3일 오전, 홍 부총리 “재정당국의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

2월5일 오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과거의 방식과 기준대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발상의 전환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

2월5일 오후, 홍 부총리 “재정 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존중을 해주셨으면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됨에 따라 4차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여당 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2월 또는 3월 국회에서 추경 예산안을 처리하고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전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선별 지원과 함께 전 국민 보편 지원금까지 병행해 규모도 25조원을 훌쩍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전국민 방식으로 이뤄진 지난해 1차 지원(14조3,000억원)과 선별 방식의 3차 지원(9조3,000억원) 등을 참조한 것이죠. 민주당에서는 지금은 재정건전성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의 생각은 다릅니다. 3차 지원금 지급이 마무리 되는 3월에야 경제상황과 방역상황을 따져 지원금 지급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지원금을 주려면 국채를 발행해 추가로 빚을 내야 하는데 아직 2월인 만큼 추가 재정 소요에 따른 재정 여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행 오후 9시까지인 음식점 등 매장 내 영업제한 시간을 비수도권에 한해 오후 10시까지로 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다 수도권은 앞으로도 오후 9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함에 따라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자영업자와 특고·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급하기로 발표한 3차 지원금에 올 1분기 집합금지 내용까지 포함했다고 보고 있지만, 국회와 소상공인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올해 들어 영업을 제한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홍 부총리가 “2월 추경 편성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필요시 3월 추경 논의가 가능할 듯 보여진다”고 밝힌 만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4차 지원금에는 이견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며 발언대로 향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마주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해서는 여당과 재정당국 간 눈높이가 달라 진통이 예상됩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 소비 진작을 해야 하거나, 고생한 국민들에게 사기 진작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라면 보편지급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아직은 전 국민 지급은 좀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갈등은 지난해 3월 1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하던 때의 데자뷔를 보는 듯 합니다. 당시 ‘홍남기·김상조’ 대 ‘조정식·윤호중’으로 나뉘었던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는 2시간 가까이 고성이 오가며 분위기가 격앙됐습니다. 전 국민으로 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리를 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에서 묵묵히 밥만 먹다가 문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어깨를 두드려주자 그때서야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해)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일 재정혁신국과 예산실·경제정책국 라인을 긴급 소집해 재정 여력을 감안한 방어 논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당일 진행된 비공개 당정청 협의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을 두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충돌했습니다. 1시간가량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진 끝에 김 대표는 “피해 계층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담은 4차 재난지원금을 끝까지 추진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고 홍 부총리는 “저는 못 하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전 국민 지급 문제를 “당장 언급하기는 이르다”며 홍 부총리를 지원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지지지지(知止止止)’란 표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표현입니다. 마치 본인의 직을 걸고 보편 지급은 막아서겠다는 해석으로도 가능한 것이죠.

홍 부총리는 올 3월이 지나면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가 되고 차기 강원도지사나 국무총리 하마평에도 오를 정도로 체급이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3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해임을 거론했던 전례도 있고 11월에는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뒤 문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가 반려된 적도 있어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간 기재부를 하대했던 정치권에 누적된 불만을 터뜨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부터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10억 원 유지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마지막에 번번이 소신이 꺾여 리더십에 타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나서면서 기재부가 먼저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습니다.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를 비롯해 주요 정책 이슈 진행 과정이 번번이 정치권에서 먼저 제기하고, 뒤늦게 정부가 검토하는 모양새가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국회의 추경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어느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입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달콤한 맛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4월 선거를 앞두고도 꺼내들 수 있는 셈이죠. 올해 국가채무는 956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2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채무는 976조원, 국가채무비율은 48.3%에 달하게 됩니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고,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 점은 향후 국가신용등급에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방역을 위해 영업을 제한했다면 거기에 대해 일부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다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예전과 같이 월급을 받고 있거나 실적이 올라 대규모 성과급을 받은 직장인까지 재난지원금을 줄 필요가 있을까요. 결국 우리 후세가 갚아야 할 전 국민 지원금, 그래도 받으시겠습니까?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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