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로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이번에는 구리나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주 물량이나 국내외 판매량은 회복세가 더딘 데 원자재 가격은 최근 6개월 새 20~40%가량 가파르게 올라서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수주 물량을 놓고 가격 경쟁을 펴야 하는 상황에서 오른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지 못해 역마진 우려까지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조달청이 공개한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주요 원자재의 국제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알루미늄 가격은 1톤당 2,004달러로 6개월 전인 7월 1,644달러에서 22%가량 치솟았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지난해 3월 최저 수준에 비하면 40% 가까이 급등했다. 대표적인 비철금속인 구리는 지난달 1톤에 7,972달러로 6개월 만에 25% 올랐고, 1년 전보다 32%가 급등했다. 니켈이나 아연 등은 최근 6개월새 각각 33%, 24% 올랐다. 납 가격은 11%로 상승했다.
철광석 가격 역시 1년 만에 2배가 올랐다. 이 때문에 철강 대기업의 출고가도 줄줄이 올라 중간에 낀 금속 중소기업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열연코일( 3.0x4x8mm)의 국내 도매가는 지난달 1톤에 1,500만원으로 한달 새 21% 폭등했다.
정찬욱 한국알루미늄공업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은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만 6개월 만에 20~30%가 올랐다”며 “가수요까지 더해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확보조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5%만 더 오르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원자재 값 급등이 영세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희수 한국철망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정부 납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코로나19로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며 "원가는 오르는데 5~6년간 납품가는 정체돼 있어 올해 경영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비철금속을 원재료로 소비재 상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어렵다. 알루미늄 등으로 주방용품을 제조하는 B 중견기업은 지난해 매출은 소폭 반등했지만 영업이익 개선 폭은 미비했다. 원자재 값이 인상돼 소비자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업체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 가격 인상을 할 수 없어서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생산하는 경쟁 업체에 비해 국내에 남은 제조업체들은 더 불리해 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일부 사재기가 가세해 수급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의현 한국금속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자재 급등에 따라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철강 제품의 출고가가 연달아 인상됐다”며 "가공해서 다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금을 제 값에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로 판매 부진이 지속되는데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원자재 인상 분을 전가하지 않도록 납품 단가에 대한 정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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