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뜬금없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준비 중인 결의안은 ‘국가 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 및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특별 결의안’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16일 정보위 전체 회의에서 결의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가 정보기관이 불법 사찰을 했다면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기가 묘하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이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실정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그동안 ‘적폐 청산’을 내걸고 국정원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와 개혁 작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여당 단독으로 국정원 개혁법까지 처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느닷없이 국정원 관련 새 이슈를 꺼내 과거 정권을 다시 겨냥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부터 국정원 사찰 의혹의 군불을 지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사찰 문건이 나왔다”면서 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여야 의원에 대한 신상 자료 관리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이 9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18대 여야 국회의원 전원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뒤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결의안을 들고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정권의 국정원 사찰 의혹을 다시 꺼내는 것은 선거용이자 국면전환용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의도가 2009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 사찰이 있었다면 국정원이 법과 절차에 따라 사실을 공개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 직전에 여당이 국정원을 정치공학적으로 활용한다면 또 다른 국정 농단이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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