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 문제를 미량의 첨가제로 해결한 연구가 나왔다. 수 백회 충·방전에도 배터리 초기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했는데, 이는 상용화된 최고 수준의 첨가제를 뛰어넘는 성능이여서 주목받고 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의 최남순·곽상규 교수와 화학과 홍성유 교수팀은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의 난제로 꼽혀 온 전극 소재의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배터리 전해액 첨가제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전기차를 비롯한 대용량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상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극을 고용량 소재인 실리콘과 하이니켈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실리콘 음극은 충·방전시 부피가 3배 이상 늘었다 주는 것이 반복돼 기계적 내구성 약하며, 하이니켈 양극 또한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문제가 있다.
개발된 첨가제가 실리콘 혼합 음극 표면에 만든 보호막은 고무줄처럼 유연하고 신축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투과성(이동성)이 뛰어나다. 실리콘의 반복적 부피변화에 의한 기계적 과부하를 줄이고 고속충전이 가능한 이유다. 또 첨가제는 전해액 속 불산(HF)을 제거해 하이니켈 양극 내부 금속(니켈)이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다. 양극 내부 금속의 양은 배터리 용량을 결정한다.
이 첨가제를 하이니켈 양극과 실리콘 혼합 음극으로 구성된 대용량 배터리에 투입했을 때 400회 충·방전 후에도 처음 용량을 81.5%를 유지했는데, 이는 상용 첨가제인 FEC나 VC보다 10~30% 향상된 성능이다.
공동 제1저자인 박세원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박사 과정 연구원은 “전지를 20분 내에 고속 충전하는 실험에서도 100회 동작 후에 1.9%의 용량 감소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최남순 교수는 “이번 성과는 기존 첨가제(VC)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물질 구조 설계 및 실험, 시뮬레이션, 이 물질 구조를 실제로 만들기 위한 합성 방법 연구의 협업 결과”라며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용 전해액 첨가제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연구 의미를 짚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전해액 시스템 구조 개발과 실험적 원리 규명은 최남순 교수와 박세원, 박민우 연구원이 담당했으며 화학과 홍성유 교수와 정서영 연구원은 전해액 첨가제를 쉽게 얻는 합성법 개발했다. 곽상규 교수와 이태경 박사(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는 계산화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첨가제의 고분자 보호막 형성 과정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홍성유 교수는 “고분자 보호막을 형성하는 첨가제의 특정 구조는 일반적 화학반응으로 잘 합성되는 않는 구조라 중간 반응을 거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곽상규 교수는 “개발된 첨가제는 전해액 속에서 분해돼 활성성분(라디칼)을 만든다”며 “이 활성성분이 다른 첨가제 성분들과 순차적 반응해 실리콘 전극 표면에 유연한 고분자 보호막을 만들게 된다”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된 보호막 형성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조재필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에 2월 5자로 출판됐으며, 연구 우수성을 인정받아 저널 편집자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논문으로도 소개됐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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