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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랠리 타고 '자원 부국' 증시 뜬다

러시아·칠레·페루·브라질 등

'원자재 신흥국' 주가 강세지만

정치·거시경제 불안요소 많아

엑슨모빌·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등

생산기업 ETF 투자 대안 주목

미국 텍사스의 원유 시추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원자재 랠리가 이어지면서 자원 부국들의 증시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원자재 ‘공급처’ 투자도 해볼 만하다며 단기 유망 투자처 중 하나로 중남미 등 원자재 생산국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신흥국은 정치·거시경제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원자재 생산 기업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러시아 RTS 지수는 이달 들어 9.28% 상승했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증시는 유가에 비례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전형적인 ‘원자재 신흥국’으로 통한다. 구리 가격이 지난 201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칠레·페루 증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칠레 IGPA 지수는 8.21% 상승했으며 페루 S&P 리마 제너럴 지수도 7.04% 올랐다. 칠레와 페루는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29.6%, 11.4%를 차지하며 글로벌 1·2위 생산국이다. 전통적인 원자재 생산국인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도 이달 들어 3.79%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이들 원자재 생산국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보고 있다. 원자재 랠리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공급처에 투자하는 전략을 생각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반등이 예상되면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한 데다 ‘약달러’ 역시 원자재 신흥국에 유리한 여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안타증권은 “원자재 관련 국가들의 증시는 당분간 강세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당사는 브라질·칠레·페루 등이 포함된 라탐(LatAm·중남미)을 올 1분기 최선호 지역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증권도 지난달 말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 목표 주가를 13만 포인트로 제시하면서 단기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들 국가를 둘러싼 정치·거시경제 요소가 많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강도 높은 회복세를 보인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이제 정점을 지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이 중단됨에 따라 달러 역시 약세 기조를 멈췄다”며 “원자재 관련 국가들에 대해 신규 포지션을 구축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변화도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에 따라 최근 원자재 시황이 활황을 보이면서 자원 수출국의 현 주가지수가 당장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이미 지수 수준이 많이 오른 데다 고려할 변수도 많은 만큼 원자재 신흥국 증시 강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변수가 많다. 보통 원자재 신흥국에 투자할 때는 환율 변동 등의 이유로 공모펀드를 활용하는데 최근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중남미 펀드의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은 -5.44%다. 같은 기간 러시아 펀드 수익률은 -1.99%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는 미국에 상장한 원자재 생산 기업 ETF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엑슨모빌·리오틴토·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등 원유·금속·농산물 생산 업체에 골고루 투자하는 플렉스셰어즈 모닝스타 글로벌 업스트림 천연자원 지수 펀드(코드명 GUNR)가 대표적이다. GUNR은 연초 이후 10.63%의 수익률을 거뒀다.

미국 원유·가스 탐사 기업을 담은 ‘XOP ETF’, 글로벌 광산 업체를 집중적으로 편입한 ‘PICK ETF’, 농업 관련 업체에 투자하는 ‘MOO ETF’ 등도 투자 대안으로 꼽힌다. 이 중 XOP는 올해 들어서만 수익률 33.62%를 기록하며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리뉴어블에너지그룹·다이아몬드백에너지 등을 편입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섹터 차원에서 보면 미국 원자재 생산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며 “원자재 생산 기업 ETF는 주로 미국 등에 위치한 글로벌 업체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자원 생산국과는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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