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고향·우상·90cm·아내, 그리고 피나우…호마가 쓴 우승 드라마

PGA투어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최종

나고 자란 곳, 시상자는 '황제' 우즈

짧은 퍼트 실수 뒤 연장서 위기 탈출

"빨리 용서하라" 아내 메시지도 도움

연장전 패 피나우, 준우승만 10번째

맥스 호마(오른쪽)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시상식에서 대회 주최자인 타이거 우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맥스 호마가 1차 연장전에서 나무 밑에 놓인 볼을 쳐내며 위기에서 탈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차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를 놓친 토니 피나우. /AP연합뉴스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 90㎝ 버디 퍼트를 넣으면 그대로 맥스 호마(31·미국)의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90㎝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의 성공 확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고 호마의 통계도 99.57%에 달하는 거리다. 하지만 볼은 홀 왼쪽 벽을 맞고 돌아 나왔다. 충격적인 실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고향에서의 우승을 더욱 감동적으로 만들어준 장치가 됐다.

호마가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 달러)에서 우승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는 22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언더파 66타(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를 쳐 토니 피나우(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2차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4년 PGA 투어에 데뷔한 호마가 2019년 웰스파고 챔피언십 제패 이후 통산 두 번째로 거둔 우승이다. 메이저 대회 바로 아래 위상인 특급 대회인 만큼 수확이 컸다. 167만 4,000달러(약 18억 5,000만 원)와 함께 3년간의 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각각 79위와 91위였던 페덱스컵 랭킹과 세계 랭킹은 10위와 3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승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선두 샘 번스(미국)에게 2타 뒤진 채 출발한 호마는 10번홀까지 4타를 줄였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기회는 11번홀까지 버디 4개로 순항하던 번스가 12·14·15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찾아왔다. 이날만 7타를 줄인 피나우가 12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호마는 11언더파, 번스가 10언더파였다. 이후 호마와 번스가 나란히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호마와 피나우가 연장전에 돌입했다. 마지막 홀 90㎝ 버디 퍼트를 놓쳐 연장에 끌려간 호마는 10번홀(파4)에서 벌어진 첫 1차 연장전에서 티샷이 그린 왼쪽 나무 밑에 떨어져 위기를 맞았다. 나무의 방해를 피해 왼쪽으로 휘어지는 절묘한 칩샷으로 파를 지켜낸 호마는 14번홀(파3) 2차 연장전에서 가볍게 파를 기록해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피나우를 따돌렸다.

호마는 특히 고향에서의 우승, 우상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가 주최자로 나선 대회에서의 우승이라 기쁨이 남달랐다. 1990년생인 호마는 대회가 열린 리비에라CC에서 약 40㎞ 떨어진 로스앤젤레스(LA) 근교 도시 버뱅크에서 나고 자랐다. 두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리비에라CC에서 열린 이 대회(당시 LA 오픈)를 지켜봤던 그는 1997년 우즈의 마스터스 첫 우승 장면을 보고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우승 뒤 “(야구의 LA) 다저스와 (농구의) 레이커스처럼 나도 LA 출신 챔피언이 됐다”며 감격한 호마는 “우상인 골프장, 우상인 대회에서 우상인 우즈로부터 트로피를 받은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내도 힘이 됐다. 대회 때 매일 짧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아내가 이날 아침에 전한 메시지는 “빨리 용서하라(Forgive quickly)”. 아내는 연장전 직전에 전화해 ‘메시지를 기억하라’고 했고 호마는 직후 1차 연장전에서 볼이 나무 밑에 놓여 절망할 수 있었던 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해냈다.

한편 피나우도 우승자 못지않게 화제가 됐다. 준우승 꼬리표를 떼지 못해서다. 피나우는 2016년 푸에르토리코 오픈 우승 이후 4년 11개월 동안 우승 없이 이번까지 준우승만 열 번을 했다. 그 중 유일한 유럽 투어 대회인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포함해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세계 랭킹 15위에 통산 상금도 2,000만 달러를 넘어선 최정상급 경기력에 비하면 PGA 투어 1승이라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다. 이날도 샷이 불을 뿜었지만 승패를 가른 1·2차 연장전에서 각각 2.3m 버디 퍼트와 3.3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승부처에서 멘탈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피나우는 “오늘 7언더파를 친 것은 좋은 샷을 한다는 뜻이다. 우승 기회 때마다 나보다 잘 치는 선수가 있을 뿐”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7언더파는 이날 데일리베스트이자 피나우의 개인 최종일 최고 성적이었다.

첫날부터 내내 선두를 달린 번스는 11언더파 공동 3위로 밀려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1타를 잃고 6언더파 공동 8위로 마감했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