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수출 호조 등 국가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진단했다. 앞서 신년사에서도 “지난해 우리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을 보였다”며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 경제지표는 물론 실물경제 상황도 역대 최악이다. 그나마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올해 성장률이 3%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지난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비대면 경제 회복의 착시 현상이다. 반도체로 지탱하는 성장률만 믿다가는 ‘고용 없는 성장’ 속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통과 기준 수출액 잠정치는 30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우리 수출에서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27.5% 늘어난 효과가 컸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5,127억 달러)을 봐도 전년 대비 5.4% 줄어든 것이 반도체를 제외하고 비교하면 7.8%로 감소 폭이 커진다. 특히 부가가치 비중이 높은 반도체로 산업 전체가 수익을 올리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2019년 기준 반도체의 출하액 기준 부가가치 비중은 67%로 87조 원에 달한다. 반면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8%, 화학 산업은 31%에 불과하다. 이인호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과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정보기술(IT) 산업의 수요가 늘어난 덕이지 정책 효과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는 앞으로 투자와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별 지표들은 K자형 양극화의 민낯을 드러낸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년 전보다 1.9%포인트 하락한 71.3%로 2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어도 소득분배 지표는 두 분기 연속 악화했다. 특히 정부 지원금 효과를 제거한 시장 소득 5분위 배율은 7.82배로 1년 전(6.89배)보다 1배포인트 가까이 확대됐다. 사업소득은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끊이지 않고 100만 취업자 증발이라는 고용 한파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타격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래쪽에서는 아직도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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