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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 10년물 연초 대비 0.4%p↑…놔두면 통제 불능 '딜레마'

[치솟는 美 국채금리-고민 깊은 파월]

연준, 적정한 인플레·금리 상승

경기 회복 '긍정 신호'로 보지만

급등 지속 땐 증시·부양책 발목

전문가 "일단 수익관리" 전망 속

파월 청문회서 시그널 줄 수도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장기 명목 국채 금리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을 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 이후 그동안 상승세를 보이던 독일과 프랑스·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 독일 국채 금리는 이날 0.03%포인트가량 떨어졌는데 이달 초와 비교하면 그래도 0.2%포인트 정도 높다.

라가르드 총재의 개입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앞에 놓인 과제를 보여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3일부터 24일까지 의회 청문회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인플레이션과 국채 금리 상승세에 대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ECB가 구두 개입을 한 만큼 연준도 추가 장기금리를 낮출 수 있는 추가 완화책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시장의 기대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금리가 가파르게 움직이면서 연준에 노란불이 깜빡이고 있다”며 “연준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연준이 장기 채권 매입을 늘릴 수 있다는 예측이 많았다. 10년물과 함께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연준이 월 1,200억 달러(약 133조 4,000억 원)라는 채권 매입 규모는 유지하되 장기물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0년 만기 미 국채는 모기지나 회사채 등의 수익률 기준(벤치마크)이 되는 만큼 이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미국의 실업 급여 수령자가 최소 2,000만 명을 넘고 연준이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고용지표에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금리 상승은 연준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의 상승세를 놔두면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칼 와인버그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금리 급등은 중앙은행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며 “부양책의 일부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준은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과 국채 금리 상승은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3%(연환산 전기 대비 기준) 수준이었던 올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21일 현재 6%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존스홉킨스대를 포함해 주요 전문가들은 미국의 집단면역이 예상보다 빠른 오는 4월 말께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체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아지는데 억지로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 연준 내에서도 아직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최근의 채권 금리 상승을 문제라고 보지 않으며 장기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에서 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최근 “장기 채권 금리 상승은 경기 낙관론을 반영하는 것으로 우려할 만한 요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온라인 대출 업체 론데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77%, 나스닥지수는 2.46% 하락 마감했다. /UPI연합뉴스


이를 고려하면 파월 의장이 이번 의회 청문회뿐만 아니라 당분간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연준은 장기채 매입 비중 확대나 수익률곡선관리(Yield Curve Control·YCC)를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실제 적용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경우 국채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네이선 시츠 PGI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파월 의장이 (국채) 금리 상승에 너무 낙관적이라면 시장은 그것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청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상승이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 때문이라는 측면에서 연준이 지금의 완화 정책을 예상보다 빨리 거둘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다고 보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부양책의 성공 여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실업률이라고 못박은 만큼 고용 시장의 두드러진 개선 없이 연준이 나 홀로 긴축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가계·기업의 부채 급증도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요소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긴축 정책은 경제가 살아난다는 신호를 줘 시장 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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